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주영(27, 아스날)의 선발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최 감독은 “17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문을 열며 “자발적으로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입장을 정확히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라면 뽑아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희생토록 하는 게 지도자의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선수가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본인도 선택을 해야 되고, 나 역시 선택을 해야 된다”며 병역 논란과 대표팀 합류에 대한 박주영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박주영은 올 시즌 정상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아스날로 이적하며 큰 기대를 받았던 박주영은 정작 경기에 나서는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박주영은 지난해 10월 26일 볼튼과 칼링컵 경기에서 데뷔골을 작성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또 지난해 11월 1일 마르세유(프랑스)전에서는 생애 첫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는 감격을 맛봤다. 하지만 이후 아르센 웽거 감독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박주영은 6경기(챔피언스리그 2경기, 정규리그 1경기, 칼링컵 3경기) 출전에 그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2경기 교체 출전에 머물렀다. AC 밀란과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교체 투입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웽거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출전 명단에 대부분 포함되지 못한 박주영은 리저브 경기에서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힘겨운 1년을 보냈지만 최강희 감독은 그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신뢰를 본인이 받아 들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팀 감독이 선수에게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면 선발해 기회를 주겠다고 공표했음에도 반응이 없다. 최 감독은 "클럽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지만 선수 선발에 있어서는 분명히 예외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더라도 선수가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그런 표현을 해주는 게 맞다”면서도 “그 어떤 선수도 절대적인 선수는 없다. (실력이) 조금 모자라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해 박주영에 대한 조건부 발탁 의사를 드러냈다. 초유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은 침묵하고 있다. 귀국 일자도 대한축구협회에 통보하지 않은 상황. 축구협회 관계자는 "평소 같았으면 박주영이 직접 협회에 연락을 할 텐데 현재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서 "최강희 감독이 직접 애정을 드러냈는데도 반응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아쉬움 가득한 시즌을 보낸 선수에게 대표팀 감독이 직접 손을 내민 경우는 흔하지 않다. 물론 병역 의무를 연기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본인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주저할 수 있겠지만 대표팀 감독과 축구협회가 직접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은 선수로서 도리가 아니다. 가뜩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 직접 해명하지도 않는 이유는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에닝요(전북)의 특별귀화 논란보다 박주영의 태도가 향후 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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