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타격 7관왕에 빛나는 이대호(30·오릭스)가 본격적으로 거포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19~20일 야쿠르트전에 이어 22일 한신전까지 일본프로야구 진출 후 처음 3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리며 시즌 8호 홈런을 마크했다. 퍼시픽리그 홈런 1위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9개)를 1개차로 바짝 뒤쫓는 2위가 된 이대호는 센트럴리그 포함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 부문 전체 3위가 됐다. 특히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 홈런을 때릴 만큼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 '홈런 가뭄' 일본타자는 없다 올해 일본프로야구는 사상 유례없는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날지 않는 공'으로 불리는 저반발의 통인구를 도입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현상이다. 2010년 경기당 평균 1.86개의 홈런이 터진 일본프로야구는 통일구를 도입한 지난해 1.09개로 급격하게 수치가 떨어졌고, 올해는 지난 22일까지 242경기에서 204홈런으로 경기당 평균 0.84홈런으로 1개도 안 된다. 이 같은 홈런 가뭄 시대에 외국인 거포의 존재 가치는 더욱 뚜렷해진다. 실제로 외국인 타자들이 홈런 부문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일본프로야구 홈런 전체 1위도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으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인 12개를 날리고 있다. 이어 페냐가 9개로 뒤를 잇고 있고, 이대호를 비롯해 토니 블랑코(주니치)와 닉 스타비노아(히로시마) 등 외국인 타자들 3명이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대호가 리그 전체 3위이자 일본프로야구의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 홈런을 때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타자들은 홈런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히라타 료스케(주니치)가 6개 홈런을 터뜨린 게 일본인 선수로는 최다 홈런. 지난해 48홈런으로 양대 리그 통틀어 최다 홈런을 폭발시켰던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가 4개에 그치고 있고, 지난해 20홈런 이상 친 하타케야마 가즈히로(야쿠르트·1개)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5개) 무라타 슈이치(요미우리·2개)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5개) 등도 홈런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호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3G 연속 홈런, 더 빛나는 이유는 이대호의 3경기 연속 홈런은 일본프로야구 정상급 구원투수들을 상대로 터뜨린 대포라는 점에서 더 돋보인다. 19일 야쿠르트전에서는 18경기-17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인 마무리 토니 바넷을 상대로 첫 실점을 안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고, 20일 야쿠르트전에서는 9경기 평균자책점 1.13의 오시모토 다케히로로부터 투런 홈런을 쳤다. 22일 한신전 쓰루 나오토도 이날 경기 전까지 9경기 평균자책점 0.54였지만 이대호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평균자책점이 1.53으로 치솟았다. 바넷·오시모토·쓰루 모두 올해 첫 피홈런을 이대호에게 당했다. 10경기 이상 등판한 구원투수들에게 유일한 피홈런을 안길 만큼 이대호의 홈런은 희소성이 있다. 패전 처리 요원의 실력도 절대 만만치 않은 일본 투수들인데 불펜의 필승조들을 제물 삼아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으니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이대호의 변신은 특유의 밀어치기 능력 회복에서 찾을 수 있다. 3~4월 24경기 안타 분포도가 좌 10, 중 7, 우 3개에서 알 수 있듯 좌측으로 치우쳐 있었지만 5월 17경기에서는 좌 7, 중 8, 우 4개로 안타 방향이 부챗꼴 모양을 그리고 있다. 홈런도 1~4호는 모두 좌측으로 잡아당긴 것이지만 5~8호는 좌 1, 중 1, 우 2개로 오히려 밀어친 게 더 많다. 모든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이대호 특유의 장점이 살아났다. 이대호는 한신전 이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4번타자 책임감에 나 스스로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팀도 올라와 있기 때문에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대호가 한국프로야구 타격 7관왕 출신다운 진짜 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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