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전 16점, 러시아전 13점, 세르비아전 30점, 일본전 34점.
이미 세계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월드클래스'는 역시 달랐다.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세계예선전 4차전 일본과 경기를 마친 후 국제배구연맹(FIVB)은 베스트 스코어러(득점왕) 1위에 김연경(24, 페네르바체)의 이름을 올렸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인 결과였다.
김연경은 이날 기록한 34득점(블로킹 득점 3개 포함, 공격 성공률 60.78%)을 더해 93득점을 기록하며 세계예선전 득점 1위에 올랐다. 2위 기무라 사오리(일본, 68점)와 점수차는 무려 25점. 초반 이 부문 1위를 달리던 '당대 최고의 공격수' 예카테리나 가모바(러시아, 63점)마저도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압도적 1위에 오른 것.
쿠바전에서 득점포에 시동을 건 김연경은 장신의 러시아-세르비아 선수들의 블로킹을 뚫고 높은 타점에서 공격을 성공시켰고 3인 블로커로 공격을 막으려 들었던 일본을 무효화시켰다. 경기를 중계한 일본 방송의 해설자들은 연신 "알고 있어도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이라며 감탄과 탄식을 동시에 내뱉었다.
김연경만 막으면 된다고 호언장담했던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은 눈 앞에서 펼쳐지는 김연경의 원맨쇼에 미소를 잃었고 결국 코트에 주저 앉았다. 베스트 디거 4위에 올라있는 일본의 국민 리베로 사노 유코는 작심하고 김연경의 공을 받아내기 위해 몸을 던졌지만 높이와 파워 그리고 스피드까지 갖춘 김연경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연경은 베스트 스파이커(공격) 부문에도 2위(55.21%)에 이름을 올렸다. 1위가 쿠바의 센터 로산나 기엘 라모스(60.34%)라 공격 횟수에서 공격수들과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김연경이 1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여기에 베스트 리시버 부문에서도 81개의 공격 중 43개를 받아내며 50.62%로 2위에 올라있다.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일본전 경기가 끝난 후 FIVB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스타' 김연경이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 역시 "한국의 '대포' 김연경에게 당해 완패했다"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일본에서 김연경을 부르는 별명은 "100년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다. 일본에 이어 유럽리그를 제패하고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김연경. 그의 시선은 지금 오직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에 맞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