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홈런 선두로 올라 선 '빅보이' 이대호(30, 오리스)가 일본에서도 타격 3관왕이 가능할까. 전체 일정 3분의 1정도를 소화한 만큼 아직은 시기상조. 그러나 홈런 부문 선두로 나서면서 그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지난 28일 일본 요코하마 구장에서 열린 2012 일본프로야구 교류전 요코하마 DeNA와의 원정경기에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 두 번째 타석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터뜨렸다. 2-0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가운데 약간 낮은 볼을 그대로 통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백스크린 바로 왼쪽 관중석 중단에 떨어진 대형 홈런이었다. 이로써 전날(27일) 시즌 9호 홈런으로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와 퍼시픽리그 공동 선두를 이뤘던 이대호는 이 부문 리그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대호는 한국에서 약점이 거의 없는 타자였다. 특히 홈런, 타율, 타점 타격 3개 부문을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두 차례(2006년, 2010년)나 차지했다. 일단 이대호는 홈런 부문에서 선두로 올라서며 외국인 타자로서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 반발력이 낮은 일본의 통일구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시즌 초반 홈런포가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 4월까지 24경기에서 2홈런에 불과했던 이대호는 5월 들어 28일 현재 22경기에서 8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다. 단순히 홈런수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안타수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과 투수들의 투구 패턴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특유의 컨택 능력과 선구안이 좋아지고 있다.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대호의 시즌 타율은 2할7푼1리까지 올랐다. 4월까지 2할3푼3리(86타수 20안타)에 불과했지만 5월 들어 3할1푼3리(80타수 25안타)를 치고 있다. 5월 22경기 중 무안타 경기는 4경기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교류전에서는 볼넷이 6개로 삼진(4개)보다 많다. 타율도 3할2푼4리(34타수 11안타, 5홈런)를 기록 중이다. 이대호로서는 타율에도 욕심을 낼 만하다. 일본은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대호의 타율은 아롬 발디리스(.308)에 이은 팀 내 2위, 퍼시픽리그 14위다. 리그 6개 구단 어디에 가도 상위권이다. 3할 타자가 전체 9명에 불과하다. 반면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7명이다. 센트럴리그는 더 심해 3할 타자가 겨우 2명인 가운데 이대호는 12위에 해당하고 한신 히로시마 야쿠르트에 있다면 수위타자다. 1점대 투수는 6명이다. 퍼시픽리그 타격 선두는 니혼햄의 이나바 아쓰노리(.333)다.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서 무안타로 주춤하고 있다. 물론 이대호가 상대해야 하는 1점대 특급 투수가 많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로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타점은 이대호가 27점으로 4위에 올라 있다. 1위는 역시 이나바. 34타점이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이대호 앞 타자들이다. 주자가 나가줘야 한다.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오릭스 내에서 가장 좋은 출루율이 좋은 타자는 발디리스(.392)다. 그 다음이 이대호가 3할6푼6리. 오비키 케이지는 2할9푼8리. 이마저도 하락세다. 득점권에서 타율이 3할1푼1리(45타수 14안타)인 이대호지만 타점은 16점에 불과하다. 그만큼 앞에 주자가 적었다는 이야기다. 지금 페이스로 보면 트리플 크라운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일본 에 따르면 이대호는 이날 경기 후 소감에 대해 "본 대로다.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지인들에게 타격감이 좋아졌다고 말해왔던 만큼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홈런 선두로 치고 나선 이대호가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지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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