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 바람은 아직 쌀쌀했지만, 깊은 상처를 위로하는 김장훈의 따뜻한 마음은 금새 연평도를 뜨겁게 달궜다. 서해 연평도에 북한의 포격이 가해진지 2년여. 김장훈은 5일 오후 이 곳을 찾아 '연평아리랑'을 개최, 주민들을 위로하고, 함께 어울리며 신나는 잔치 한마당을 벌였다. 지난해 현충일에 이어 두번째. 당시 위문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떠나던 김장훈에게 세명의 아이들이 쫓아와 "또 오세요"라고 한 게 발단이 됐다. 오후7시부터 9시가 훌쩍 넘도록 연평도를 밝힌 '연평 아리랑'은 공연이 아닌 '잔치'였다. 김장훈은 연평도 종합 운동장에 터를 잡고 500여 주민들과 즐겁게 어울렸다. 그는 "2년째 와서 지겨워하실 까봐 걱정했었다. 여러분을 위해 트로트 가수로 왔는데, 형, 친구처럼 여러분과 어울려 놀겠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실제로 김장훈은 주민들이 직접 즐기도록 노래자랑을 메인 테마로 잡았다. 15명의 주민들이 노래하는 동안 그는 기꺼이 '초대 가수'가 됐다. 그는 무대에 올라 주민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고, 사연을 듣고, 노래를 청하며 주민들과 가까이 어울렸다. 넓은 잔디밭에 앉아 김장훈이 준비한 돼지 고기에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던 주민들도, 일찍이 무대 앞 의자에 앉아 노래를 기다려온 주민들도, 쉴새 없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한껏 신난 어린이들도 이날만큼은 김장훈의 스스럼 없는 '친구'였다. 트럭을 개조한 무대에 노래방 기계를 동원한 무대였지만, 감동의 크기는 그 어느 공연보다 컸다. 김장훈은 이날 잔치를 위해 LG를 직접 찾아가 경로당에 기증할 TV를 협찬받아왔으며, 900인분의 식사와 막걸리를 마련했다. 여러가지 선행을 진행하다 빚이 7억원에 달해 밤무대까지 서야한다는 그는 지난 4일에도 선배가수 남진으로부터 밤무대 섭외를 받았다고 했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통장 잔액이 얼마 안남았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주민들은 열띤 호응과 박수로 감사를 표했다. 이날 자녀들과 함께 종합운동장을 찾은 이민경(35)씨는 "김장훈씨가 이렇게 다시 와주셔서 깜짝 놀랐다.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상당히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장훈의 '위로'의 역사는 꽤 길다. 그는 지난 2008년 6월 기름 유출사고로 시름에 잠긴 태안을 찾아 대규모 공연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삼일절에는 독도를 찾아 기념공연을 개최하고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에 힘을 불어넣은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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