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산업혁명(18-19세기) 이후 미국, 독일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촌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를 경쟁적으로 소모를 하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그 대가로서 기상이변 등의 지구 온난화 문제가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크게 부각되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체 소비량의 97%를 해외로 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원유 수입으로만 1,000억 달러 이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설상가상으로 올 상반기 국내 무역수지 흑자폭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의 우리나라 경제 지표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2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0.7% 증가한 2,753억 8,000만 달러, 수입은 2.5% 증가한 2,646억 4,000만 달러, 이에 무역수지는 107억 4,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낸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된다. 돌이켜 보면, 가난의 대명사로 불리던 보릿고개를 매년 힘들게 넘기느라 정신이 없던 60년대를 정점으로 70년대부터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우리나라는 부지런함, 높은 교육열, 끈기있는 뚝심 그리고 열정만으로 똘똘 뭉쳐 경제와 기술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절대 부족한 에너지 자원속에서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열정과 끈기로 극복함으로써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으며, 세계 속에 우뚝 선 무역강국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세계적인 브랜드 평가 컨설팅 기업인 영국의“Brand Finance"사는 2011년 국가 브랜드 가치순위(Top 20 Nation Brands)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6,500억 달러로 평가하여 전세계에서 16번째임을 발표하여 우리나라의 위상을 객관적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세대는 유구한 5,000년 한반도 역사 중에서 국운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살고 있음에 틀림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최근 들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쓰나미 피해 여파와 그리스, 스페인 등 EU와 관련된 유럽발 경제 위기, 우리나라 주요 원유 해상 수송로 중의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국과 이란사이의 긴장 등이 동시에 서로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은 불안정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어 조마조마하다.
특히, 이런 불안정한 국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 및 확보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으로서 어떤 나라도 도와 줄 수 없는, 그리고 반드시 우리의 노력과 힘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위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피해 규모나 범위는 TV를 통하여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얼마나 위험한 지 실감할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유럽발 경제위기, 지구 온난화, 미국과 이란의 긴장 등의 문제와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급함과 심각성을 실감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절히 대처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후자의 파급효과는 전자의 영향 보다 더 크고 오래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설명해 온 지구 온난화, 세계 경제 및 에너지 문제 등 복합적인 난제들을 우리가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합리적인 국민의식과 성숙된 선진시민문화의 확산'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합리적으로 직시하고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필요한 에너지 확보를 위하여 모든 국민이 밤낮없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수출로 벌어들인 아까운 외화의 대부분을 어쩔 수 없이 화석에너지를 수입하는데 써버렸음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식경제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 해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원유, 가스, 석탄, 석유제품들을 수입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이 모두 1,712억 9,700만 달러에 달하는데, 그 규모가 너무나 어마어마하여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기존 화석에너지 소비에 대한“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저렴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전력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에너지 사용 급증에 따른 지구 온난화 가스 배출이 급증하게 되었는데,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80년부터 최근 2010년 까지 약 130년 동안 지구온도는 전체적으로 약 0.8℃ 상승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극지방 온도상승, 해수면 상승, 극심한 가뭄과 기습 폭우 등, 기상이변 피해가 지구촌 여러 곳에서 나타나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
또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전력생산은 지구온난화 문제로 인한 여러 가지의 범국가적 통제정책 실시로 말미암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한 예로, 1974년 11월에 설립되어 전 세계 28개 선진국들 간의 에너지 협력의 포괄적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는 세계에너지기구(IEA)는 ‘WorldEnergyOutlook(WEO) 2010’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현상을 가속시키는 온실가스 배출저감 계획과 더불어 일부 국가들의 화석에너지 보조금 지급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더 나아가‘WEO 2010’에서는 2008년 WEO에서 소개되었던‘450 시나리오’의 결과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 시나리오에서는“지구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450 ppm CO2 등가”로 제한함으로써“세계온도 상승을 2℃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참여할 것을 회원국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세 번째로 우리 모두는 원자력에너지의 순기능을 인식하고 그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 비중이 전체 발전 비중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은 발전 비용이 매우 저렴하며,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강화함으로써 에너지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화석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정책적으로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세계에너지전망(WEO) 2010’에서는 향후 2035년까지의 연료별, 지역별 에너지 수요, 생산, 교역 및 투자 전망치를 갱신하여 발표하였는데, 전세계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은 2008년 6%에서 2035년 8%로 30%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유럽 국가들은 상호간의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독일, 이태리 같은 나라는 자체적으로 원자력발전을 축소 내지는 포기하는 정책을 추진한다하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프랑스 등의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자유롭게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상황은 유럽 국가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에 관한 한 주변 국가들로부터 외롭게 고립되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국가의 생존차원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에너지 확보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난 30여년동안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은 국가 안보와 경제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음을 어느 누구도 감히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 원자력은 선택이나 타협이 아닌 필수인 것을 간과하거나 망각하는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덕준 울진군 북면 울진북로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