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로 알려진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설치되었고, 그 뒤 남북을 갈라놓은 휴전선의 남북으로 2km, 총 4km 폭의 지역이다. 이 지역은 전쟁 기간 피아가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고, 당시에 초토화되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60년간 인적의 침입이 끊기면서 인위적으로 완전히 훼손되었던 생태계가 지금은 회복되어 세계적으로도 손꼽힐만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생태계로 변화되었다.
전쟁 이후 남북한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요구에 의해 부분적으로 비무장지대의 자연이 훼손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비무장지대는 희귀 동․식물과 어류가 서식하고 조류가 도래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으며, 수질, 대기, 토지의 오염이 적은 청정지역이다.
그러나 오염의 잠재적 위협은 비무장지대라고 예외일 수 없다.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남북 양측에 형성되어 있는 접경지역은 북한의 경우 잦은 수해와 기근으로 인한 벌채로 훼손되었고, 남한의 경우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심각한 개발압력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의 생태적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 일대를 어떻게 보전‧관리‧이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비무장지대 일대는 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교류‧협력의 피할 수 없는 접점, 통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는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이해가 마주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나아가 환경 등 쌍방의 모든 이해가 필연적으로 얽혀있는 지역이다. 그 결과 그 동안 남북한간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교류‧협력 사업에 활용될 수 없었던 것이 또한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생태적으로 이용·보전하는데 합의한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하다. 즉, 서로가 포괄적 측면에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남북관계를 ‘평화공존’과 ‘상생공영’의 단계로 진전케 하는 결정적인 디딤돌을 마련함을 의미한다. 국토의 중심에 놓여 있으면서 남북 상호 간의 정치·군사·경제·환경·문화 등 모든 측면의 국가이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비무장지대/접경지역에서 남북한이 그 평화적 이용에 합의하느냐의 여부가 바로 상생의 남북관계를 형성할 수 있느냐의 잣대가 되는 것이다.
당장에라도 시작했으면 좋겠지만,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을 구상할 경우 원칙적으로 다음의 사항들이 유념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피 흘리며 싸웠던 인간들이 상호 신뢰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인가, 인간에 의해 초토화되었던 자연환경이 존중될 수 있는 방안인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 장기적으로는 통일의 준비 및 촉진에 기여할 수 있느냐, 남북 간의 이해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이해도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인가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발전, 국토균형발전, 국가성장에의 기여 여부도 상세히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결 외에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은 사실상 실천되지 못하였다. 남북한의 이해관계, 이 지역이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관할권과 관심, 북한핵문제 등의 상황 속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낭만적 이상주의자의 발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가지는 국가적·민족적 의미를 확신하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비무장지대의 물꼬를 뚫었던 역사를 되새기며, 조건만 맞으면 금강산관광지역과 개성공단이란 거대한 지역도 북한이 내놓을 수 있다는 현실을 재검토하는 바탕위에 창조적인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제안과 그에 대한 검토는 국가적 차원에서 활발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오는 6일부터 제주에서는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며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개막된다. 각국의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함께 지구촌의 환경문제, 환경정책의 방향과 비전을 논의하는 유일한 무대이다. 이번 회의가 비무장지대의 생태·평화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와 지지여론 형성, 나아가 북한의 동참을 유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손 기 웅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