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리무중이다.
2012 팔도 프로야구가 전체 일정의 82.0%를 소화하며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삼성이 1위를 굳히고, 롯데·SK·두산이 4강 자리를 형성한 순위 판도는 어느 정도 굳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시즌 MVP 판도는 안갯속이다. 팀 성적과 개인 타이틀을 모두 갖춘 확실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해설위원들도 "올해처럼 MVP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 와중에도 크게 세 가지로 의견이 갈렸다. 1위가 유력한 삼성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에 홈런·타점 타이틀의 박병호(넥센), 꿈의 4할 타율에 도전하는 김태균(한화)의 3파전 양상이다.
▲ 1위팀 삼성, 후보들은 있다
MVP는 개인 성적 뿐만 아니라 팀 성적에 대한 기여도가 고려된다. 지난 30년간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MVP가 나온 게 한 차례밖에 되지 않는 이유다. 여전히 한국프로야구는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없다는 게 아쉽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MVP 후보에 관한 기사 중 삼성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적이 없다. 우리 선수들도 자격이 충분히 되지 않은가. 팀 성적과 개인 성적 모두 뒤지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MVP는 우승팀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 삼성 오승환·박석민이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환은 30세이브로 이 부문 공동 1위이고, 박석민은 타율(0.317)·홈런(22개)·타점(85점)·출루율(0.436) 2위에 올라있으며 안타(120개·5위)·득점(69점·4위)·장타율(0.545·4위) 등 공격 주요 부문에서 5위 안에 있다.
송재우 IPSN 해설위원은 '국민타자' 이승엽을 꼽았다. 송 위원은 "팀 전체적인 공헌도를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최형우가 이제 페이스를 찾았지만 시즌 초반 예상을 뒤엎을 만큼 너무 부진했다. 이승엽이 없었다면 삼성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 타선에서 이승엽이 차지한 비중에 주목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타이틀 1위는 없지만 타율(0.310·5위)·홈런(20개·3위)·타점(76점·3위)·안타(131개·2위)·득점(74점·2위)·출루율(0.383·10위)·장타율(0.521·6위)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0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승엽이라는 상징성도 매우 크다.
같은 관점에서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롯데의 안방마님 강민호를 MVP 후보로 추천했다. 민훈기 위원은 "롯데가 타격의 팀에서 투수의 팀으로 많이 변모했다. 선발·구원 모두 좋아졌는데 포수 강민호 역할이 크다. 타격에서도 이대호가 빠진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며 공수에서 더욱 강한 존재감을 보이며 롯데를 변함없이 2위로 이끌고 있는 강민호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롯데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 1위(3.46)인데 이는 1999년(4.18) 이후 구단 창단 두 번째. 투수들을 이끄는 강민호의 역할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팀의 110경기 중 105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3리 17홈런 61타점의 타격 성적도 우수하다. 롯데 팀 내 최다 홈런·타점이다. 리그에서 가장 대체 불가능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강민호이고, 그만큼 가치있는 선수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 박병호, 홈런-타점으로 MVP 도전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MVP는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개인 성적을 배제할 수 없다. 투수는 브랜든 나이트, 타자는 박병호가 돋보인다"며 "타자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타이틀은 홈런과 타점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박병호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도 "올해 같은 경우는 정말 MVP 꼽기가 어렵다. 하지만 박병호가 홈런왕이 된다면 MVP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경백 OBS 해설위원도 "박병호가 홈런·타점 타이틀을 가져간다면 MVP 유력한 후보"라고 거들었다.
박병호는 올해 108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 26홈런 8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타점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프로야구 역사는 홈런·타점 타이틀홀더에게 MVP를 선사했다. 역대 타자 MVP 18차례 중 1987년 장효조와 1994년 이종범을 빼면 모두 그해 홈런왕이었다. 여기에 13차례가 홈런-타점 타이틀홀더였다. 2위에 올라있는 장타율(0.571)까지 1위가 돼 3개 부문 타이틀을 가져가면 더욱 유력해진다. 홈런·타점·장타율 3개 부문 타이틀홀더가 MVP를 차지한 것도 총 8차례 있었다. 3개 부문 1위에도 MVP가 못 된 4차례는 강력한 투수 경쟁자에 밀렸는데, 올해 같은 경우 투수 쪽에 압도적인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팀 성적이다. 5월 한 때 1위로 치고 올라가고 전반기를 창단 처음 3위로 마치며 돌풍을 일으킨 넥센은 후반기에 추락하며 4강에서 멀어지고 있다. 6위 자리가 굳어진 모양새. 삼성이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를 없앤 1985년 해태 김성한을 제외할 경우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MVP가 나온 건 2005년 롯데 손민한이 유일하다. 당시 롯데는 4위 한화에 6경기 뒤진 5위였다. 만약 넥센이 6위로 시즌을 마치고 박병호가 MVP를 탄다면 역대 최저순위팀 MVP가 된다.
▲ 김태균, 최초의 꼴찌팀 MVP 도전
개막 후 한 번도 최하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화의 4번타자 김태균도 빼놓을 수 없는 MVP 후보 중 하나다. 비록 소속팀 한화가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지만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타율 3할8푼9리로 꿈의 4할에 근접한 타율을 때리고 있다. 1982년 MBC 백인천(0.412)과 1994년 해태 이종범(0.394)에 이어 역대 3위 타율. 여기에 가장 많은 65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도 4할8푼9리에 달한다.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0.503)와 1982년 MBC 백인천(0.502)에 이어 역대 3위.
여기에 안타(132개)·장타율(0.581)까지 무려 타격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비율 기록에서 역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압도적인 성적에 타이틀 4개를 차지하고 있다. 팀 성적이 조금이라도 뒷받침됐다면 압도적인 MVP 후보가 될 수 있는 놀라운 성적이다.
하지만 최하위가 유력한 팀 성적에도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올해는 김태균이 제일 잘하고 있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개인 성적을 무시할 수 없다. 거의 4할을 치고 있고 나머지 성적도 좋다"며 "팀 성적이 좋지 않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김태균이 핸디캡을 안은 상태에서 이 정도 성적을 냈다는 얘기가 된다. 멤버가 좋았다면 타율도 더 높아지고 타점 기회도 많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위권팀에서 수위타자나 홈런왕처럼 아주 특출난 성적을 낸 선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올해 집중 마크 속에서 거둔 김태균의 성적을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시즌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가장 MVP에 근접한 선수는 김태균이다. 4할을 달성하느냐 못 하느냐에 좌우될 수 있다"며 "다승 1위 장원삼(삼성)은 승수에 비해 평균자책점이 높은게 마이너스다. 박병호도 30홈런과 100타점을 넘겨야 더욱 가치있을 것이다. 김태균은 팀 성적이 아쉽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려운 조건에서 이 정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차이 아닌가. 굳이 지금 MVP를 꼽자면 김태균"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태균의 올해 활약은 팀 성적에 묻혀있지만 야구인들 사이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