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코리안특급' 박찬호(39,한화 이글스)가 시즌 막판 세 갈림길에서 고심을 하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10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동안 몇 번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1군에 줄곧 동행했던 박찬호, 결국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말았다.
현재 박찬호의 진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한화 잔류다. 올해 박찬호는 사실상 연봉을 전혀 받지 않으면서 고향 팀에 돌아와 막바지 선수생활을 보내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는 준수한 성적을 보였지만 후반기 체력적인 문제와 부상이 발목을 잡아 5승 9패 평균자책점 5.07에 그치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최하위, 특히 최근 5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10.80으로 크게 부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 구단은 내년시즌 전력구상에 진작부터 박찬호를 포함시키고 있다. 후반기 부진하긴 했지만 건강한 박찬호는 여전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할 능력이 충분히 되는 선수다. 전문가들도 "몸 관리만 잘 한다면 2~3년은 앞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한화는 내년에 선발요원인 양훈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당장 선발투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
또한 박찬호의 존재로 한화가 얻는 홍보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박찬호는 이름값 하나로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다. 팀 에이스인 류현진이 올해를 마치고 포스팅으로 해외에 진출한다고 가정할 때 구단 수익 측면에서도 박찬호를 포기할 수 없다. 여기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서 눈에 보이는 전력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을 마치고 박찬호가 유니폼을 벗을 가능성도 있다. 한화 팀 내부에선 "박찬호가 현역 선수 생활 지속을 놓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 시즌 후 진로 문제에 따른 심적 고민과 구위 저하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나이로 벌써 불혹,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박찬호지만 세월은 막을 수 없다. 후반기 부상이 있긴 했지만 등판 할 때마다 부진했던 모습을 감안하면 은퇴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시즌 중반부터 박찬호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부상과 부진에 박찬호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박찬호가 올 시즌을 앞두고 여러 절차를 거친 뒤 어렵사리 고향 유니폼을 입은 것도 선수생활 막판 국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세월이 이제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여기에 박찬호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전격적인 NC 행이다. 공주고 선후배 관계인 NC 김경문 감독과 박찬호는 무척 가까운 사이다. 여기에 NC 이태일 사장과도 친분이 깊다. 박찬호가 사실상 연봉을 받지 않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국내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에 가까웠다. 여기에 전격적으로 프로야구 막내구단인 NC행을 결정, 신생구단에 야구붐을 일으킬 전도사로 나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올 시즌이 끝난 뒤 실시될 NC의 특별지명 때 박찬호는 팀을 옮겨야 한다. 만약 한화가 보호선수 20명에서 박찬호를 제외하면 NC는 한화에 10억원을 지불하고 박찬호를 데려갈 수 있다. 이는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가 전력손실을 무릅쓰고 대승적인 결정을 해야만 가능하다. 과연 박찬호가 올 시즌이 끝난 뒤 어떤 선택을 할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