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바뀌면 죽는거지 뭐". 8년 공백을 깨고 현장으로 돌아 온 '우승 청부사' 한화 김응룡(71) 감독. 8년의 시간 만큼 과연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과거 김응룡 감독은 강력한 권위를 앞세운 카리스마형 지도자로 유명했다. 열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행동으로 모든 메시지를 전했다. 1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취임식 및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의 첫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한화 선수들은 상견례를 마친 뒤 곧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신임 이종범 주루코치를 비롯해 코치들의 지도로 일사불란하게 돌아갔다. 그라운드에서 김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나는 선수들을 직접 지휘하지 않는다. 어차피 코치들이 다 하는 것인데 그저 지켜볼 뿐이다. 오늘 훈련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 봤다"고 말했다. 코치들에게 훈련을 맡기되 모든 선수들을 뒤에서 관찰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절대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될 이유. 특유의 침묵 카리스마도 유지한다. 김 감독은 스타일 변화에 대해 "(스타일) 바뀌면 죽는거지. 그대로 가야하지 않겠어"라며 강성의 이미지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만 71세의 고령이지만 "아주 건강하다"며 자신한 김 감독은 "아내와 함께 대전으로 이사왔다. 앞으로도 계속 집에서 삼시세끼 먹어야 한다"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이 다시 현장을 복귀하게 된 것도 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김 감독은 "집에서는 처음에 반대했지만 결국에는 못 말렸다. 가만히 있으니까 정말 죽겠더라"며 웃은 뒤 "고교를 졸업한 1960년부터 그동안 한 번도 안 잘리고 있었는데 작년이랑 올해 쉬니까 아주 죽겠더라"는 말로 평생 야구인의 마음을 드러냈다. 팬들의 여론도 호의적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여론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나는 인터넷을 안 한다. 신문도 안 보는 사람이다. 인터넷을 하면 이것저것 신경 쓰일게 많다"며 "어차피 욕먹는 것일텐데 앞으로도 안 볼 것이다. 막 욕해도 상관없다. 기자들도 세게 써도 된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웃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예전에도 신문을 잘 보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에 온 기자들의 눈빛만 봐도 나를 비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어느 신문 가져오라고 하면 틀림없이 비판하는 내용이었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취재진을 긴장케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시비 걸지 않을테니까 기분나는 대로 써도돼"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8년 공백을 깨고 돌아온 김 감독은 분명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그 속에 여전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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