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42) 한화 주루코치로 지도자 인생의 첫 발을 뗐다. 이종범 코치는 지난 15일 김응룡 감독의 취임식 및 상견례부터 공식적으로 한화 선수단에 합류했다. 상견례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마친 이종범코치는 73번이 박혀있는 한화의 홈팀 유니폼을 입고 펑고를 쳐주며 선수들의 훈련을 지휘했다. '코치' 이종범의 첫 시작이었다.
그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끌어모았다. 광주일고-건국대를 졸업한 뒤 지난 1993년 해태에 입단한 그는 1998년부터 2001년 7월까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한 기간을 빼면 16시즌을 타이거즈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뛰었다. 지난 5월26일에는 광주구장에서 성대하게 은퇴식도 치렀다.
당시 이종범 코치는 "언젠가 타이거즈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광주구장을 뒤로 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전혀 연고가 없는 대전·충청의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으니 이종범을 영원한 'KIA 사람'이라고 생각한 광주·호남 지역의 타이거즈 팬들로서는 마음 한구석에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종범 코치는 '프로' 마인드를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살다 보면 어느 위치에 따라 많이 변하기도 한다.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라며 "갑작스럽게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또 여기에 맞춰 열심히 하면 된다. 어느 자리, 어느 위치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라고 힘줘 말했다. 프로는 언제 어떻게 위치가 바뀔지 모르는 곳이다.
KIA를 바라보는 심정 또한 마찬가지. 이종범 코치는 "이제 어느 팀이든 적이다. 꼭 KIA가 아니라도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급선무다. 경기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띄우고 자제하는 것도 코치의 몫이다. 그런 역할이 중요한 것이지 상대가 누구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역할론을 말했다.
물론 뜨거운 성원을 아끼지 않은 타이거즈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분명하다. 이종범 코치는 "난 선수가 아닌 코치로 어느 팀이든 지도를 받을 수 있다. 타이거즈로 돌아가지 않아 조금 서운한 팬들도 있겠지만 언젠가 돌아갈 수 있는 팀이다. 지금 있는 한화에서 최선을 다해 돌아간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겠나"며 다음을 기약했다.
지금 KIA 사령탑을 맡고 있는 선동렬 감독도 타이거즈가 아닌 다른 팀에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2004년 삼성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2005~2010년 삼성 사령탑을 맡았다. 지역 라이벌 팀에서 지도자 인생을 보냈으나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고향팀 KIA 사령탑으로 금의환향했다. 어차피 돌고 도는 인생, 타이거즈 팬들이 너무 섭섭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