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준(33, 포항 스틸러스)의 한 방이 지루한 공방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병준은 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K리그 38라운드' 울산 현대와 원정경기에 후반 13분 교체 투입됐다. 노병준은 투입된지 불과 10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린 노병준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반대쪽 골대 안으로 정확하게 차 넣어 포항을 1-0 승리로 이끌었다.
노병준의 활약으로 포항은 최근 2연승을 달리며 20승 5무 13패를 기록, 한 경기를 덜 치른 3위 수원 삼성과 승점 차는 불과 1점으로 좁혀졌다. 반면 울산은 지난달 패배에 이어 포항에 또 다시 패배하게 됐다. 울산은 최근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과 홈 8경기 연속 무승(4무 4패)을 기록하며 K리그에서의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이날 울산은 오는 10일 열리는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대비, 베스트 11을 선발 라인업에서 전원 제외했다. 골키퍼 김영광 만이 예비 골키퍼로서 벤치를 지켰을 뿐 김신욱과 곽태휘 이근호 등 주축 선수들은 출전 선수 명단에서도 이름을 볼 수가 없었다. 포항은 지난달 28일 경남과 원정경기서 4-0 대승을 거뒀을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라인업이었다. 공격수 고무열만이 꼬리뼈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전력의 차가 있었지만 울산과 포항은 누가 앞선다고 할 수 없는 접전을 펼쳤다. 전반 초반에는 울산이 다소 앞서는 모습을 보였고, 중반부터는 포항의 우세였다. 하지만 양 팀 모두 공격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울산은 전반전 내내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고, 오히려 측면 수비에서 약점을 보인 강진욱은 전반 37분 김영삼으로 교체했다. 포항은 슈팅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울산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분위기는 급변했다. 양 팀의 선수 교체가 분위기 변화를 이끈 것. 울산은 후반 5분 고창현을 빼고 김용태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포항도 후반 13분 김진용과 조찬호를 동시에 빼고 박성호와 노병준을 투입했다. 주전 공격수들의 투입으로 승리를 따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강한 의지 만큼 효과도 즉시 나왔다. 후반 23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페널티 지점에 있던 박성호가 헤딩으로 떨어트려 줬고, 이것을 신진호가 노병준에게 연결했다. 노병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가 반대쪽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내준 울산은 동점골을 위해 공격수를 보강했다. 중원의 김동석 대신 공격수 마라냥을 투입하며 공격진의 변화를 꾀했다. 공격적인 축구로 흐름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울산은 공격진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포항은 달랐다. 중원에서의 지배력이 울산보다 위였다. 전방 공격진으로의 볼 배급도 활발해졌다. 노병준과 박성호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박성호는 후반 35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골키퍼 김승규가 나온 것을 보고 감각적인 슈팅을 시도,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울산으로서는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울산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몇 차례 공격을 더 펼쳤다. 하지만 포항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뺏어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울산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패배의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인천 유나이티드는 탄천 종합 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 원정경기서 이보와 남준재의 연속골에 2-1로 승리를 챙기며 스플릿 하위 그룹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제주는 경남과 홈경기서 2-0으로 승리했고, 광주와 상주의 경기는 상주의 기권 패배로 광주의 2-0 승리로 처리됐다. 승점 36점을 기록한 광주는 한 경기를 덜 치른 강원 FC를 제치고 14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