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서장훈(39·부산KT)이 26년 간 정든 농구코트를 떠난다.
'국보급 센터'로 불리우며 농구계에 한 획을 그은 서장훈은 20여 년이 넘는 선수생활을 접고 19일 오후 7시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전주KCC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마지막으로 농구 코트와 이별한다.
서장훈은 휘문중·고교시절 한 경기에 50점을 터뜨리는 활약으로 농구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후 연세대로 진학해 국보급 센터로 군림하며 연세대를 대학팀은 물론 실업팀까지 제압하는 최강의 농구팀으로 만들었다. 이후 서울 삼성, 전주 KCC, 인천 전자랜드, 창원 LG, 부산 KT 등 수많은 팀을 거치며 15시즌 째 코트를 지켰다.
2008년 하승진(221㎝)이 데뷔하기 전까지 국내 최장신 센터(207㎝)로 군림했던 서장훈은 프로농구에 수많은 대기록을 수립하며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데뷔 첫 해인 1998-1999 시즌 경기당 평균 25.4득점, 14.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그 해 리바운드 왕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한국 프로농구 사상 국내 선수로는 가장 높은 리바운드 기록으로 남아 있다.
또한 2008년 11월 19일 LG전에서 한국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1만득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장훈은 이날까지 통산 1만3198점(5233리바운드)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원주 동부의 김주성(8076점)이 서장훈을 추격하고 있지만 워낙 차이가 커 서장훈이 코트를 떠난 후에도 이 기록은 프로농구의 한 켠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농구에서 1만점 이상을 넣은 선수는 서장훈과 2011~2012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추승균(1만19점) KCC 코치 둘뿐이다
서장훈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활약해 20여 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주는 등 한국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기까지에는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다. 그는 무릎에 물이 차고 얼굴이 찢어져도 절대 농구 코트를 떠나는 법이 없었다. 매 경기를 신인으로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그는 은퇴경기 전까지 총 687경기, 2만802분 7초를 코트 위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는 선수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 코트를 떠나겠다고 공언해 왔다. LG에서 뛰던 지난 시즌 그는 평균 7.51점, 올 시즌에는 9.75점을 기록하는 등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연봉도 지난 시즌 3억 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주저하지 않았다.
한편 그는 은퇴경기인 KCC전에서 모교인 연세대에 2억 원을 기부하고 21일 KT 광화문 올레 스퀘어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