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다시 고개 든 결정력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10일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4차전 홈경기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1-1로 비겼다. 후반 16분 이시하라 나오키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5분 뒤 황진성이 곧바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내용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경기였다. 100% 전력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지난 시즌 J리그 챔피언 히로시마를 모든 면에서 압도했다.
그러나 내용이 좋다고 해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포항이 이날 승점 3점을 획득했다면 16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8개의 슈팅 중 5개를 골문 안으로 보내고도 1골에 그치며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문득 ACL 첫 판이었던 베이징 궈안전이 떠올랐다. 당시 베이징을 안방으로 불러들인 포항은 수 차례 찬스를 잡고도 방점을 찍지 못하며 0-0으로 비긴 바 있다. 지난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결정력 부족은 선수들의 집중력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집중력은 체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일 강행군을 벌이고 있는 포항은 최적의 로테이션을 위해 골몰해야 한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결정력이 아쉽고, 내용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체력적인 부분은 상당히 고민이 많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A, B플랜을 짜놨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결정할 생각"이라며 대비책을 밝혔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풀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그간 클래식과 ACL에서 중용했던 박성호 배천석 고무열 조찬호 노병준 등 외에도 앞선에 과감한 기용이 필요하다. 지난 부뇨드코르 원정길서 2-2 동점을 이끌었던 이광훈 김승대 문창진이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 ACL 무대에서야 위험 부담이 있겠지만 상대적 부담이 덜 한 클래식에서는 충분히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지금으로서는 더 적극적인 선수 기용만이 살길이다.
포항이 지난달 30일 전남 드래곤즈전부터 오는 30일 부뇨드코르전까지 치르는 경기는 총 10경기다. 사흘에 하루 꼴로 녹초가 된다. 정상적인 로테이션만으로는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의 강행군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순조롭다. K리그 클래식 5경기 무패행진(3승 2무)으로 2위를 질주하고 있고, ACL서도 1승 3무로 승점 6점을 기록하고 있다. 오는 23일 베이징 궈안(승점 5) 원정길에서 승리할 시 조별리그 최종전인 부뇨드코르(승점 8)와 홈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짓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본격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부터는 지금과 같은 성적을 보장할 수 없다. 지금은 지쳐있는 형님들을 대신해 앞선에서 방점을 찍어줄 아우들의 신선한 활약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