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10년 만에 '헬로(Hello)'하자 팬들은 '바운스(Bounce : 뛰다)'하며 돌아온 오빠를 반겼다.
조용필이 23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프리미엄 쇼케이스'를 열고 타이틀곡 '헬로(Hello)'로 2000여명의 팬들에게 '가왕'의 귀환을 알렸다.
옛 것에서 배워 새것도 깨닫는다는 사자성어 '온고지신'이 딱 들어맞은 무대였다. 조용필은 데뷔 후 45년 동안 쌓은 내공과 새로운 흐름을 버무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쇼케이스에 앞서 조용필은 당일 발표한 19집 앨범 '헬로'로 온·오프라인을 휩쓸었다. 사전 제작한 음반 2만장은 매진됐고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는 조용필 신곡이 점령했다. 이날 오전 음반 매장 앞에서는 팬들이 조용필 신보를 사려 긴 줄도 마다 않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조용필 오빠'를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다던 팬 이윤주씨(45·여)는 "아침 6시부터 음반 매장 앞에서 줄을 섰다"고 말했다. 조용필 팬클럽 '위대한 탄생'의 서울지부 대표인 이씨는 이날 오후 8시에 시작되는 쇼케이스를 보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후 3시부터 매표소 앞을 지켰다.
이씨는 이번 새 앨범을 두고 "노래가 다 좋다. 감동이다"라며 "많이 변했지만 기존 팬들은 굉장히 좋아한다. '오빠'의 락 음악을 계속 들어서 (이번 앨범이) 전혀 부담 없이 들린다"고 평가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팬들은 일찌감치 쇼케이스장을 찾아 조용필의 무대를 기다렸다. 10년 동안 기다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듯 조용필은 타이틀곡 '헬로' 뮤직비디오로 쇼케이스 시작을 알렸다.
비주얼 아티스트 룸펜스가 감독한 해당 뮤직비디오는 조용필이 이번 앨범에서 시도한 '파괴와 혁신'이 그대로 묻어 있는 작품이었다. 정교한 시각 효과에 방점이 찍힌 만화적이고 초현실적인 뮤직비디오는 '젊어진' 조용필의 감각을 충분히 드러냈다.
뮤직비디오가 끝난 후 조용필의 극도로 절제된 창법과 폭발하는 감정이 담긴 발라드곡 '걷고 싶다'가 그림자 애니메이션이 펼쳐지는 무대 영상과 함께 흘러나왔다.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녀 무용수 두 명의 애절한 연기는 곡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배가시켰다.
이어 이번 앨범에 담긴 '설렘', '말해볼까', '그리운 것은', '충전이 필요해', 서툰 바람', '널 만나면'이 준비된 영상과 함께 팬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후배 가수들의 찬조는 조용필의 위엄을 돋보이게 했다. 무대에 선 가수들은 한결같이 "영광이다" 또는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용필처럼'을 부른 가수 팬텀은 "이런 자리까지 초대돼 너무 설레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음반이 나오자마자 여러 장을 구매해서 들으면서 왔다. 직접 사인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믹싱해 공연한 이디오테잎의 디구루는 "기다리고 있던 음반이었다. 10년 만의 음반에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 활약한 밴드 국카스텐은 '모나리자'를 불러 열광적인 반응을 받았다. 국가스텐 보컬 하현우는 "(조용필이) 한국 대중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분의 무대에 함께 설 수 있어서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1년 5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불러 경연 1위를 차지했던 가수 박정현은 "조용필 선배님의 쇼케이스에 초대 받아서 영광이었다"며 "발매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너무나 소중한 음악 친구가 된 것 같은 앨범이다"라고 조용필의 새 앨범에 대한 감상평을 남겼다.
조용필의 '꿈'을 부른 자우림의 김윤아는 "떨리는 무대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오늘은 너무 흥분되고 떨렸다"며 "앞으로도 영원히 저희들의 조용필이 되어 달라. 선배님 사랑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후배 가수들의 연이은 무대가 끝난 뒤 조용필은 선공개된 '바운스(Bounce)'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다.
관객석에 앉아 있던 팬들이 일어나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자 조용필은 당황한 듯 첫 소절을 놓치기도 했다. 그러나 조용필은 녹음과 다를 바 없는 라이브 실력을 펼쳐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설레는 감정이 가득 담긴 '바운스'에 이어 조용필은 '어느 날 귀로에서'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노래가 끝나고 사회자 김제동이 "몇 년 간 기다려왔던 이름일 텐데 이름 한 번 연호하세요"라고 하자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조용필"을 연이어 불렀다.
김제동이 "무대에서 떨려하는 모습을 지금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하자 조용필은 "떨린다. 인이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바운스된다"고 재치있게 말하며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 조금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조용필이 "앨범을 내놨을 때도 매스컴에서 나오는 리뷰를 잘 안 보려고 노력한다. 괜히 그럴까봐(마음이 들 뜰까봐)"라며 애교를 부리자 팬들은 "귀요미"를 연창하며 환호했다. 조용필은 김제동의 부탁에 '비련'의 "기도하는~" 부분을 선보이며 팬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조용필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만든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를 한번 밖으로 내보내자는 생각으로 했다"며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다. 그래도 팬들을 위해서 앨범 하나 냈다는 게 잘했든 못했든 간에 너무 기분 좋았다"고 답했다.
김제동은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든 음악을 듣고 싶다는 의미에서 조용필의 새 앨범은 19살의 음악"이라며 "열아홉 청년 조용필의 노래를 청해듣겠다"고 타이틀곡 '헬로' 무대를 소개했다.
조용필의 '헬로' 무대에는 뮤직비디오 남녀 주인공을 비롯해 앞서 무대에 선 후배가수들이 모두 나왔다. 화려한 마지막이었다. 후배 가수들 앞에서도 젊게 다가오는 조용필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이날 조용필의 쇼케이스는 네이버 뮤직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