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희망' 앤디 머레이(26·세계랭킹 2위)가 '뒤집기 쇼'를 펼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머레이는 4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8강에서 세계랭킹 54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0·스페인)에게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가다가 승부를 뒤집어 3-2(4-6 3-6 6-1 6-4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77년 만에 영국 선수의 남자 단식 우승을 노리고 있어 '영국의 희망'으로 불리는 머레이는 홈 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장 로열박스에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앉아 머레이를 응원했다.
남자 단식에서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승부를 뒤집어 승리한 선수가 나온 것은 2008년 리차드 가스케(프랑스) 이후 5년만이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준 머레이는 3세트를 쉽게 가져오며 숨을 골랐다.
4세트 6번째 게임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당할 위기를 두 차례 벗어난 머레이는 이후 3게임을 내리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5세트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침착하게 지키며 앞서간 머레이는 승리를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까지 올랐다가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머레이는 2009년부터 5년 연속 윔블던 4강 진출에 성공, 또 다시 영국인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머레이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코트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내 극복하고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며 "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더라도 경기가 어떻게 될지를 걱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머레이의 준결승 상대는 예지 야노비츠(23·폴란드·세계랭킹 22위)다.
야노비츠는 8강에서 세계랭킹 130위 루카스 쿠보트(31·폴란드)를 3-0(7-5 6-4 6-4)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203cm의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서브가 주특기인 야노비츠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메이저대회 데뷔전을 치른 '신예'다.
야노비츠가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야노비츠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3회전 진출이다. 폴란드 남자 선수가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른 것은 야노비츠가 최초다.
폴란드는 남자 단식에서 야노비츠가, 여자 단식에서 아그네스카 라드완스카(24·세계랭킹 4위)가 모두 준결승에 진출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또 다른 남자 단식 4강에서는 '황태자' 노박 조코비치(26·세르비아·세계랭킹 1위)와 세계랭킹 8위 후안 마틴 델 포트로(25·아르헨티나)가 맞붙는다.
조코비치는 이날 벌어진 8강에서 세계랭킹 6위 토마스 베르디흐(28·체코)를 3-0(7-6 6-4 6-3)으로 완파했다.
2010년부터 4년 연속 윔블던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조코비치는 2011년 이후 2년 만에 정상 탈환에도 한 발 더 다가섰다.
포트로는 올해 프랑스오픈 준우승자인 데이비드 페러(31·스페인·세계랭킹 4위)를 3-0(6-2 6-4 7-6)으로 물리치고 4강에 합류했다.
2009년 US오픈 결승에서 페더러를 꺾고 우승해 테니스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포트로가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른 것은 당시 우승 이후 약 4년만이다.
이번에 6번째로 윔블던에 출전한 포트로가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니어 남자 단식에 출전한 한국 남자 테니스 유망주 정현(17·삼일공고)은 파란을 일으켰다.
주니어 세계랭킹 41위인 정현은 주니어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주니어 세계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18·호주)를 2-0(6-2 6-2)으로 완파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주니어 톱랭커를 격파한 정현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대회 주니어 단식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주니어 단식 최고 성적은 1994년 윔블던의 전미라, 1995년 호주오픈의 이종민, 2005년 호주오픈 김선용이 달성한 준우승이다.
정현은 지난달 중순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대회에서 17세1개월의 나이에 우승, 국내 최연소 퓨처스대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던 유망주다.
정현의 8강 상대는 주니어 세계랭킹 6위인 보르나 코리치(17·크로아티아)다.
주니어 남자 복식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1회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홍성찬(16·횡성고)-김영석(18·마포고) 조는 1회전에서 니시오카 요시히토(일본)-호르헤 브라이언 판타(페루) 조에 1-2(4-6 6-2 1-6)로 졌다.
이덕희(15·제천동중)-정현 조도 1회전에서 루카 코린텔리(미국)-루카스 로메스(멕시코) 조에 1-2(3-6 6-4 2-6)로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