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자정(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3 FIFA U-20 터키 월드컵 8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0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렸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2011년 콜롬비아 대회처럼 이번에도 승부차기 끝에 탈락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에는 16강에서 강호 스페인과 승부차기 끝에 졌다.
한국과 이라크는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까지 총 120분 동안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를 치렀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4-4로 팽팽한 가운데 6번째 키커로 나선 이광훈(포항)이 골을 넣지 못했다.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라크는 6번째 키커가 침착하게 성공해 승부를 매조지했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선수권대회 결승에서는 한국이 승부차기 끝에 웃었지만 7개월 만에 만난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러나 연장 후반에 골을 내줘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 초반부터 이라크가 적극적이었다. 미드필드 진영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압박에 부담을 느낀 한국은 초반 패스플레이가 수월하지 않았다. 주도권을 내줬다.
선제골은 이라크의 몫이었다. 전반 20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김현(성남)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에게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알리 파에즈가 가볍게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동점골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25분에 심상민(중앙대)의 스로인을 권창훈(수원)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이라크의 골망을 흔들었다. 크로스나 다름없는 긴 스로인이 압권이었다.
이후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흘렀다. 막판 이라크의 집중력이 조금 더 강했다. 이라크는 전반 종료 직전인 42분에 추가골을 넣었다.
페널티박스 오른편에 있던 콰심이 긴 크로스를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고 이를 골키퍼 이창근(부산)이 막았지만 흐른 공을 쇄도하던 샤코르가 밀어 넣었다.
전반에 1-2로 뒤진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50%-50%로 균형을 이뤘지만 슈팅과 유효슈팅 수에서 모두 밀렸다. 이라크가 8개(6개), 한국이 4개(2개).
후반 들어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가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빠른 시간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 막판에 교체로 들어간 이광훈이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권창훈의 크로스를 머리로 방향만 바꿔 골로 연결했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경기는 다시 팽팽한 시소게임 양상을 띠었다.
한국과 이라크 모두 앞서 16강에서 연장까지 치르고 온 탓인지 중반 이후 체력저하가 뚜렷했다. 템포는 느려졌고 정확도도 전반만 못했다.
결국 90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30분에도 골이 터지지 않는 듯 했으나 막판에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라크의 2번째 골을 터뜨린 샤코르가 연장 후반 13분에 혼전 상황에서 골을 터뜨렸다. 결승골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한국 선수들도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골을 허용하자마자 이광종 감독은 아꼈던 교체카드 1장을 정현철 투입에 사용했고 정확히 적중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정현철이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서 때린 중거리 슛이 수비수 머리에 맞고 그대로 이라크의 골네트를 갈랐다. 승부차기를 알리는 골이었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2번째 키커로 나선 연제민(수원)이, 이라크는 3번째 키커가 실축했다. 6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광훈의 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이라크 키커의 슛은 골망을 흔들었다.
2골을 넣은 샤코르가 6번째 키커로 나와 승리까지 확정해 이날 주인공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한 이라크는 우루과이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어 벌어진 가나와 칠레의 8강에서는 가나가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해 4강에 올랐다. 프랑스와 격돌한다.
가나는 2-2에서 들어간 연장에서 전반 8분 만에 엔리케스(칠레)에게 골을 내줘 2-3으로 뒤졌다.
그러나 후반 8분 살리푸의 골로 3-3 균형을 맞췄고 기세를 몰아 후반 추가시간에 에베네제르 아시푸아가 극적인 결승 헤딩골을 성공했다. 이날 8강 2경기는 나란히 연장 후반에 골이 터지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프랑스-가나는 10일 자정, 우루과이-이라크는 11일 오전 3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