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기르는 화초에 물을 주면서 하루하루 생기를 되찾는 하나의 생명체를 보면서 왠지 마음이 훈훈해진다. 화초가 죽는다한들 크게 달라질건 없지만 아침마다 들여다보며 정성을 쏟는 것을 보면 분명 나에게는 소중한 존재이긴 한 모양이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환경과 많은 교감을 하며 살아간다.필자 역시도 두 딸아이와 함께 푸른 잔디가 펼쳐진 들판 위를 달리는 상상, 따가운 햇살아래 쉼터가 되어주는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즐기는 상상을 하면 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소 운전을 업으로 살아가는 회사원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회사원 중 한명일 뿐이지만 일반 회사원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다. 방사선으로 인한 상해의 우려가 있으며 사고 발생 시 대중 및 자연에 크나큰 재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빠, 아빠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니깐 나쁜 사람이야?”순간 숨이 턱하니 막힌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아빠가 꼬맹이 딸아이에게서 이런 억울한 의심을 사는 현실이 서글퍼지는 순간이다. 어느 순간부터 원전종사자들은 양극화의 한쪽 극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론자들이 말하는 환경보전 그리고 나머지 반대급부적으로 환경을 저해하듯 비춰지는 언론에서 얘기하는 원전마피아, 바로 나 같은 사람이 다른 한극을 차지하고 있다. 나 역시도 환경을 너무나 사랑하고 애틋해 함에도 말이다. 필자처럼 원전에서 일반인보다 많은 방사선을 쬐며 일하는 작업자들을‘방사선 작업 종사자’라 부른다. 난 왜 일반인들보다 많은 방사선을 쬐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신체적 장애의 위험을 무릅쓰며 이 일을 하고 있지? 나 역시도 어느 부부의 소중한 자식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두 딸아이의 소중한 아빠인데.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스치는 잠깐의 일탈과도 같은 생각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과학적 데이터와 과거 사고사례에서 도출된 임상학적 근거로 현재 내가 쬐고 있는 방사선 제한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도 오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되도록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물론 있지만 그때 나를 달래주는 생각, 바로 자부심이라는 세 글자이다. 비록 내가 다른 회사원처럼 방사선 노출의 우려 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이 나로 인해 편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그런 설비를 운전한다는 자부심, 바로 그런 생각이 늘 머리 한켠을 차지하기에 오늘도 필자는 회사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누군가 쉽게 얘기하듯 지금 당장 원자력 발전소를 정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대한민국을 더욱더 양분화 시키기보다 한 단계 한 단계 개선해 나가려는 자세가 확립이 됐을 때 보다 성숙한 에너지 강국으로의 면모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원전 종사자들이 개인의 득을 위함이 아닌, 대한민국 전력 생산을 위한 숨은 첨병으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필자는 희망한다. 원자력보다 더 안전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에너지원이 개발되어 우리 두 딸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더 청정하게,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그러나 대안이 없는 무조건적 원전 반대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그러한 세상에서는 살지 않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래본다. 울진3호기 발전팀 임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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