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천재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모처럼 한국 선수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한 명은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행을 택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고 또 다른 이는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였다.
두 선수의 만남은 2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에서 성사됐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선발로, 추신수는 신시내티 톱타자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다저스는 이번 신시내티 4연전을 '코리안 데이'로 지정해 한국 팬들을 위한 크고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단연 하이라이트는 두 선수의 맞대결이 예고된 이날 세 번째 경기였다.
전날 인터뷰에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각오를 다진 두 선수는 경기가 시작하자 잠시 인연을 접어둔 채 자신들의 소속팀을 위해 힘을 쏟았다.
류현진은 1회초 처음 만난 추신수에게 몸쪽 직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 첫 번째 타자였지만 시속이 94마일(151㎞)이나 찍혔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류현진은 연속 2개의 볼로 볼카운트가 몰리자 빠른 공을 몸쪽으로 바짝 붙였다. 추신수는 과감한 투구에 다소 놀란 듯 몸을 뒤로 젖히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 1루를 밟았다.
이 후 두 차례 대결은 류현진이 추신수를 압도했다. 류현진은 3회 1사 후 두 번째 만남에서 체인지업으로 평범한 1루 땅볼을 유도해냈고 6회에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75마일(121㎞)짜리 원바운드성 커브에 추신수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는 박찬호(은퇴)-추신수 이후 3년여 만에 열린 한국인 맞대결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한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류현진은 물론 원정팀 선수인 추신수를 향해서도 환호를 보내며 축제를 만끽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없는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에서 뛰었기에 한국 팬들을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는 조용하다. 한국 팬도 없고 취재진도 없다. 하지만 여기는 작은 한국처럼 느껴진다"고 흥분된 감정을 전했다.
MLB.com은 "이번 경기는 약 1850만명의 한국인이 생중계로 시청한다. 다저스는 이번 경기를 위해 30개의 한국 언론사에 취재 허가증을 발급했다"며 한국인들의 관심을 소개했다.
한편 경기에서는 류현진이 속한 다저스가 웃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7이닝 2피안타 1실점 호투와 스킵 슈마커의 투런포를 앞세워 4-1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후반기 2연승이자 시즌 9승째를 수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