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가 1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노린다. 유재학(50·모비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다음달 1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작되는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28일 출국한 대표팀은 현지 적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목표는 3위 이내 입상이다. 이번 대회에서 상위 3개국만 내년에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과 아시아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남자 농구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중국, 이란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아시아에서조차 입지가 좁아졌다. 유 감독은 '허황된 목표' 대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은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세계무대에 나간 적이 없다. 번번이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우승은 두 차례 경험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1969년 대회와 전희철 SK 코치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정상에 올랐던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다. 한국은 C조에 속해 중국, 이란,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중국이 FIBA 랭킹 11위, 이란이 20위로 한국(33위)보다 높다. 말레이시아는 공동 69위의 약체다. 중국과 이란은 미국프로농구(NBA) 전·현직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중국은 이젠롄(213cm), 쑨예(206cm), 왕즈즈(216cm) 등 국제경험이 풍부한 200cm대 선수들이 많다. 이란은 현재 피닉스 선즈에서 활약 중인 하메드 하다디(218cm)의 위력이 상당하다. 이 대회에서 15차례나 정상에 오른 중국, 2007년과 2009년에 2연패한 이란과 한 조에 속해 '죽음의 조'라고 평가 받았지만 3위를 목표로 한다면 오히려 나은 조 편성이라는 의견도 있다. FIBA의 제재로 레바논이 불참하는 가운데 총 15개국이 참가해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여기서 각 조 상위 3개국은 12개국이 치르는 결선리그에 진출한다. 레바논이 빠진 B조의 일본, 카타르, 홍콩은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결선리그에 나간다. 12개국이 6개국씩 2개조 나뉘어 치르는 결선리그에서 각 조 상위 4개국, 총 8개국이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결선리그는 A조와 B조가 한 그룹으로, C조와 D조가 한 그룹으로 묶이기에 한국은 준결승 이전까지는 중국이나 이란을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빅맨 귀화선수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한국은 이달 초에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대만에 60-73, 13점차 완패를 당했다.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에게 26점 17리바운드 3블록슛을 허용했다. 흑인선수를 귀화해 전력을 키운 건 대만뿐이 아니다. 사쿠라기 주니어(일본), 지미 박스터(요르단), 자비스 헤이즈(카타르) 등 극복해야 할 귀화선수들이 많다. 유 감독이 껄끄러운 상대로 꼽은 개최국 필리핀도 국내 프로농구에서 뛴 적이 있는 마커스 다우잇을 귀화시켜 전력을 가다듬었다. 필리핀은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대표팀은 유 감독의 긴급 요청으로 200cm대 외국인선수 4명을 진천선수촌으로 초청해 맞춤형 훈련을 실시했다. 장기적으로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을 타깃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한 대회이기도 하다. 엔트리 12명 중 무려 5명이 대학생이다. 올해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김종규, 김민구(이상 경희대)와 문성곤, 이종현(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유 감독은 26일 결단식에서 "목표는 (3위내로 들어)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50대50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8월1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2일 이란, 3일 말레이시아와 차례로 맞붙는다. 경기는 마닐라에 있는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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