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챔피언십에는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얻은 경험이 굉장히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역사적인 그랜드슬램 도전을 잠시 미뤄야 했던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귀국해 아쉬운 소회를 전했다.
박인비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아쉬운 면은 있다. 어차피 (브리티시여자오픈)우승자는 스테이시 루이스 한 명이다. 그래도 지난 경기를 통해 배운 점이 많아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담감 속에서도 플레이를 해봤고 앞으로 그런 상황이 오면 잘 이겨낼 수 있어서 많이 배우고 가는 것 같다. 보완해야 할 점도 챙겼고 앞으로 어떤 것을 더 준비해야 할 지 알 수 있었던 대회였다"고 대회 성과를 이야기했다.
박인비는 전날 브리시티여자오픈 최종일 경기를 마치고도 LPGA 투어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극도의 부담을 느꼈고 그런 부담감을 털어내 한편으로는 후련하다는 솔직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들려준 심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이번 대회가 끝나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는 기분은 많이 든다. 전반기가 끝났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후반기를 시작하면 올 시즌 초반처럼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재기를 다짐했다.
박인비 스스로도 이야기했듯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대회였다. 1라운드를 선두에 3타 뒤진 채로 마치고도 2~3라운드 계속 타수를 잃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드라이브 샷의 실수는 물론 장기인 퍼트 실력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그린 스피드 적응이 가장 힘들었다. 나흘 내내 퍼트 수가 지금까지 한 대회 중 가장 많았던 것 같다. 퍼팅이 가장 아쉬웠다"고 돌이켰다.
같이 경기하는 동료들의 응원에 대해서는 "한국 선배 언니나 동료나, 경기 중간에 신경쓸까봐 많이 말을 안 했는데 속으로 정말 내 응원을 많이 했다는 말을 들려줬다.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그에 부응하지 못해서 너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많으니 열심히 해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은 전 세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대회였던 만큼 경기 전후로 숱한 화제도 남겼다.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38·미국)도 박인비에 관심을 보이며 대단하다고 전했고 이후로 박인비와 우즈의 활약이 줄곧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타이거 우즈와 비교될 정도의 수준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우즈는 너무 큰 대선수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선수와 거론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며 "그 정도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는 것이 많은 힘은 된다"고 밝혔다
권위있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놓쳐 아쉬움은 크지만 박인비의 그랜드슬램 달성의 기회가 아주 무산된 것은 아니다.
오는 9월12일부터 나흘 간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여자 프로골프 사상 한 해에 4개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첫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LPGA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미국의 한 골프방송에 출연해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을 하면 '수퍼 그랜드슬램'이 되고, 이 중 하나만 우승해도 그랜드슬램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트위터를 통해 봤다는 박인비는 "LPGA 측에서 따로 확인해 준 사실은 없다"며 "사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물론 하고 싶다. 굉장히 엄청난 타이틀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올해의 목표는 올해의 선수상이었다. 스테이시 루이스가 우승하면서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에 우선 최초의 목표였던 올해의 선수를 목표로 후반기를 시작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비록 부담을 털어냈다고는 하지만 막상 그랜드슬램 도전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에비앙 챔피언십이 끝날 때까지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박인비는 "사실 이번 대회만큼 이렇게 큰 부담감을 해봤던 적은 없다. 이렇게 큰 부담감 속에서 경기를 한 번 해보고 나니 앞으로 어떤 부담이 있는 대회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던 대회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박인비와 인연이 깊은 대회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4년 만에 우승을 일궈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올 시즌까지 그 상승세를 몰아쳐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인비는 "에비앙 챔피언십에는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얻은 경험이 굉장히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냈던 코스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코스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에비앙 챔피언십의 코스세팅이 많이 바뀌었는데 미리 가서 파악하고 코스에 대해 잘 알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비앙 챔피언십의 코스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전까지)항상 퍼팅 때문에 그 코스에서 고전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퍼팅이 잘 됐다. 그린 브레이크나 스피드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린 위에서 플레이가 좋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