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최나연(26·SK텔레콤)이 귀국했다.
최나연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던 지난 대회의 아쉬웠던 소감을 털어놓았다.
최나연은 5일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종라운드 10번홀까지 2위 그룹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13~14번홀에서 연속 타수를 잃었고 17번홀에서 보기를 보태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 루이스에게 2타 뒤지는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는 다른 선수와의 싸움에서 졌다기보다는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메이저 대회이고, 골프장 자체도 워낙 역사가 깊은 장소였기 때문에 스스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많은 분들한테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떠나기 전보다는 자신감이 확실히 많이 생겨서 돌아온 것 같다. 우선은 자신감을 많이 찾아온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대회를 앞두고 모든 관심은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에 쏠렸다. 박인비의 대기록 달성 앞에 최나연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자극이 될 터였다.
이에 대해 최나연은 "박인비의 활약에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한국선수들이 자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수이고 프로들이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골프장 밖에서는 당연히 친하게 지내지만 골프장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경쟁 의식을 갖고 플레이해야 하는 관계다. 박인비가 잘하면 잘할수록 친구로서 응원해 주지만 그가 저한테 또 받는 자극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실력 외에 다른 변수도 작용하면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회 3라운드는 오전부터 코스에 불어닥친 강풍으로 인해 중단됐고 마지막날 3~4라운드 36개홀 플레이로 진행됐다. 마지막 조에 편성된 최나연은 1번홀 시작도 못한 채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
선두를 달리던 최나연의 입장에서는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사실 3라운드를 그날 계속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최나연은 "그날 아침에 나가는데 바람이 워낙 많이 불었다. 경기 진행이 어려웠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것 같다"고 말했다.
36개홀 플레이의 체력적인 부담을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브리티시오픈도 마지막날 36홀을 쳤었고, 올해 LPGA 챔피언십도 36홀을 했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체력이 많이 떨어질까 두려워 중간중간에 많이 먹었다. 바나나도 먹고 빵도 먹고 하면서 체력 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세계랭킹 4위인 최나연은 지난해 두 차례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 이어 CME그룹 타이틀 홀더스 정상에 서며 정상급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다.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시즌 초 HSBC 위민스 챔피언스(단독 2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거둔 것이 전부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는 결과적으로 우승이 아직 안나왔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다. 물론 그것은 결과적인 문제다. 하지만 선수인 제게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현재의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완만 잘한다면 조만간 더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번 대회에서 1,2,4라운드에서 한 번도 벙커에 빠진 적이 없었는데 3라운드에서 티샷이 몇 개 벙커에 빠졌다.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전반적으로는 퍼팅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 부분이 보완되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놓친 최나연에게는 하나 남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 더욱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공동 40위에 그쳐 설욕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 향후 준비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매년 코스 세팅을 달리하는데다가 올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되면서 코스 세팅에 더욱 신경을 썼다. 새롭게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대해 최나연은 "에비앙 대회에 5~6년 연속 출전 중이다. 평소 7월에 열리던 대회가 9월로 넘어가면서 날씨가 굉장히 춥다고 들었다. 매년 코스가 바뀌는 부분과 날씨 부분을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에비앙 챔피언십은 산악 코스여서 한국선수들한테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도 많다. 한국스타일의 골프가 좀 더 에비앙 코스에 맞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박인비가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우승을 놓치면서 남은 에비앙 챔피언십에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올 시즌 우승이 없는 최나연이 우승을 하려면 박인비의 우승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나연은 "대회를 나갈 때마다 인비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웃어 보이며 "마지막 남은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는 흔들렸던 정신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그리고 다른 기술적인 부분도 보완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