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44)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페루전을 끝으로 '1차 모의고사'를 마쳤다.   한국은 1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득점 없이 0-0 으로 비겼다.  지난 6월 출범한 홍명보호는 이로써 최근 치른 총 4차례의 경기에서 3무1패의 성적을 거뒀다.   4경기 1득점 2실점이라는 기록이 말해주 듯 '득과 실'이 있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력이 안정을 되찾았다. 반면 깊은겨울잠에 빠져있는부실한 득점력은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아직 마수걸이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홍 감독이 수차례 언급했듯 그의 최종 목표는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홍 감독에게 있어 지금 펼치고 있는 A매치들은 '월드컵 대표팀'을 완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수단일 뿐이다. 당장의 결과는 중요치 않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홍 감독은 대표팀 멤버 구성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국내파와 유럽파를 가리지 않고 순차적으로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동아시안컵 3경기(호주·중국·일본전)와 이번 페루전은 국내파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한 1차 모의고사였다.   홍 감독은 최근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유럽파를 소집하지 않았다. 전 멤버를 K리그와 J리그 중심의 국내파로 팀을 꾸렸다.   홍명보호 1·2기에는 김신욱·이용·김승규(이상 울산)·고무열·이명주·조찬호(이상 포항)·고요한·윤일록·하대성(이상 서울)·박종우·임상협·이범영(이상 부산)·조동건·정성룡(이상 수원)·서동현·홍정호(이상 제주)·염기훈(경찰청)·이승기(전북)·김동섭(성남)·이근호(상주)·조영철(오미야 아르디자)·한국영(쇼난 벨마레)·백성동(주빌로이와타)·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김민우(사간 도스)·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장현수(FC도쿄)·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등 총 29명의 국내파가 이름을 올렸다.   공격수들의 부진이 가장 아쉬웠다. 김신욱·김동섭·서동현·조동건 등이 차례로 골사냥에 나서봤지만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K리그에서 과시하고 있는 골감각을 A매치에서 발휘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3경기 1득점에 그친 것에 이어)오늘 역시 골을 넣지 못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공격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최전방 공격수와 호흡을 맞춰 2선 침투 임무를 맡은 미드필더 라인에서는 홍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들이 많았다.   윤일록은 홍 감독 취임 후 가진 4경기에 모두 출전해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1-2 패)에서 홍명보호 1호골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페루전에서도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을 선보인 윤일록은 수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마무리 단계에서 침착함이 떨어졌지만 공격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제시했다.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이근호 역시 페루전 단 1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빠른 측면 돌파와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홍명보 축구의 핵심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합격점을 받았다. 하대성과 이명주는 유럽파 못지않은 공·수 조율과 패스 능력을 뽐내며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홍명보호의 가장 성공적인 변신은 수비진이 만들어냈다. 돌아온 '제2의 홍명보' 홍정호를 중심으로 전 선수들이 흔들림 없는 수비력을 뽐냈다.   대표팀에 최초로 발탁된 김진수는 탁월한 측면 돌파 능력과 자신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롱 스로우인'을 선보이며 대표팀의 새로운 전술 카드로 떠올랐다.   지난 동아시안컵 당시 홍 감독은 "내년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 조직력이다"며 "지금 우리 수비수들의 경기력에는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며 극찬한 바 있다.  수문장들의 기분 좋은 주전 경쟁도 예고됐다. 동아시아컵에서 골대를 지켰던 정성룡은 페루전에서 후배 김승규에게 골키퍼 장갑을 내줬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승규는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철옹성' 정성룡을 향해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파 테스트를 마친 홍 감독은 8월과 9월 각각 독일과 영국으로 출국해 유럽파 점검에 나선다.   16일에는 독일로 건너가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바이어 레버쿠젠)·구자철(볼프스부르크)·박주호(마인츠)의 경기를 관전한다.  영국 출국은 9월로 예정돼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김보경(카디프시티)·지동원(선더랜드)·박주영(아스날·이상 프리미어리그)·이청용(볼턴 원더러스)·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이상 챔피언십)의 몸상태를 확인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9~11월 사이 매달 두 차례씩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9월 평가전부터는 유럽파도 함께 소집된다.   1차 모의고사를 마친 홍명보호는 9월 시작되는 평가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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