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이 유엔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 및 독일(P5+1)의 나흘간의 회의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합의는 이란에 내려졌던 제재 10년간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계로 해석된다. 만약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가 시행되면 이란이 얻게 될 경제적 가치는 향후 6개월 간 61억 달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결됐던 해외 자산 42억 달러를 회수할 수 있고 그간 수출길이 막혔던 석유화학제품과 차량관련 품목 등 19억 달러어치를 다시 해외에 내다팔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우리에게도 이란의 핵협상 타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단 이란이 북한과 군사협력을 맺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안보와도 연관이 있다. 또 핵협상이 잘 타결돼 대이란 경제제재가 완화하면서 우리와의 교역량이 늘게도 된다. 특히 우리는 이란으로부터 다향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핵협상 타결로 인한 제재 완화가 더욱 중요하다.이런 소식은 공교롭게도 신라와 고대 페르시아의 교류를 언급한 서사시 ‘쿠쉬나메’를 취재하기 위해 떠났던 이란 출장에서 귀국한 날 들려왔다. 현지에서 보름 넘게 체류하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면서도, 원유 및 찬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4위를 자랑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은 불편했고 들끓는 화폐가치의 변동으로 경제는 불안했다. 사회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페르시아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광객들의 유입이 현저히 낮았다.드디어 이란의 전에 불은 당겨진 것일까.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이란은 이슬람 원리주의 시아이슬람을 신봉하고 있으며 모든 국민들의 생활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뤄진다. 여기에 핵개발과 둘러싼 서방국가들과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서는 그동안 답답했던 개방의 물꼬가 터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민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인상은 최상급이다. 모든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국민성을 가진 이란인들이지만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한국을 고급기술을 보유한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장금’과 ‘주몽’의 선풍적인 인기 이후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도 매우 긍정적이다.이번 이란 출장의 목적은 아랍의 침공을 받은 사산조 페르시아가 멸망하고 난 뒤 신라로 피신한 페르시아의 왕자 업틴이 신라공주 파라랑과 결혼을 해서 페르시아의 영웅 페레이둔을 낳는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는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의 이란 현장과 이란 학자들의 견해를 청취하기 위해 이뤄졌다. ‘쿠쉬나메’는 1만여 구절의 양을 가진 서사시로 그 중 5천 여 구절에 이르는 절반의 이야기가 왕자 업틴과 신라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실제로 신라문화의 페르시아 영향은 군데군데 확인할 수 있다. 계림로에서 발굴된 보검의 장심 문양과 유리그릇, 괘릉의 무인 입상, 구정동 석실분의 모서리 기둥에 폴로(격구) 조각상 등이 그것이다. 특히 쿠쉬나메에서 언급된 신라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라다이스로 묘사돼 있고 황금이 넘쳐나는 잘사는 나라로 그려져 있다.그러나 이번 취재에서 느낀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신라에는 페르시아가 있지만 페르시아에는 신라가 없다는 점이다. 무수하게 많은 페르시아 유적을 보름동안 더듬으면서 신라의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숨어 있거나 상징적으로 표현된 흔적을 놓쳐버렸을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에게 물었을 때도 유감스럽게 페르시아에서 신라의 영향을 찾는 것은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을 뿐이다.그러나 거꾸로 대한민국에서 이란은 없지만 이란에서는 한국의 흔적을 엄청나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택시와 서민들의 승용차는 기아 프라이드였으며 삼성 스마트폰과 LG의 전자제품은 부유층이 누리는 특권처럼 보였다. ‘대장금’과 ‘주몽’이 방송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도 엄청났다.이란의 핵협상이 이뤄진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규모 교역 대상국을 하나 확보한 셈이다. 이란의 개방으로 주고받을 문화, 경제교류에 대한 비전은 높다. 이제 신라와 페르시아의 과거 교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통한 새로운 미래 교류의 문을 열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