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와 박항서 감독님께는 미안하게 됐다. 내년 1부 리그에는 우리가 남는다."김용갑(44) 강원FC 감독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잔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사회생한 강원이다. 강원은 지난달 30일 제주유나이티드와의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최종 40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수립한 김동기의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이겼다. 값진 승리를 챙긴 강원(8승12무18패·승점 36)은 마지막까지 강등 경쟁을 펼쳤던 대구FC(6승14무18패·승점 32)를 승점 4점 차로 따돌리며 12위를 차지했다. 1·2부 리그 출범 원년인 올 시즌 클래식 13·14위는 자동으로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된다. 12위는 챌린지 우승팀인 상주와 홈 앤드 어웨이로 플레이오프를 치러 1부 리그 잔류를 결정짓는다.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강원은 챌린지 초대 챔피언 상주를 상대로 사상 첫 '승강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1부 리그 잔류를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 감독은 "내 원래 계획은 리그 11위 이상을 차지해서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곧바로 1부 리그에 잔류하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오늘 기자회견장에 와보니 오히려 12위를 한 것이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우리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볼 수 있겠는가"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상주의 기를 누르는 김 감독의 날카로운 언변이 이어졌다. 그는 "플레이오프까지 오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는 결국 목표를 이뤘다. 잔류할 자신감이 없었다면 굳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며 "어제 포항 스틸러스가 클래식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 K리그의 진짜 주인공은 승강 플레이오프의 승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주와 박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우리가 1부 리그에 남아야겠다. 잔류가 아닌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흔들리던 강원은 지난 8월 김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이후 완전히 달라진 팀이 됐다. 그의 탁월한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나는 선수들에게 '어떤 상황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어떤 팀도 두렵지 않다. 간절함과 절실함 그리고 1부 리그 잔류라는 명제가 있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은 크게 가져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잔류에 성공해서 내년 1부 리그에서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목표의 7부 능선은 넘었다. 끝맺음을 완벽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원이 풀어야 할 최대 숙제는 '체력'이다. 리그 막판 생존을 위한 혈투를 이어오며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나 있는 상태다. 김 감독은 "사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선수들의 상태가 훨씬 좋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내며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됐고 덕분에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회복속도도 빠르다. 체력적인 부담을 정신력과 투혼으로 보완하겠다"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강원은 올 시즌 64실점(37골)을 했다. 부실한 수비력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 감독은 "다실점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얘기이고 내가 강원에 온 뒤 우리 선수들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어제 포항과 울산현대 간의 결승전을 통해 확인했듯 축구에는 정답이 없다. 우리의 실점을 걱정하기보다는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고 그들의 허점을 파고 들겠다"고 전했다. 챌린지 득점왕 이근호(상주·28·15골)에 대해서는 "이근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분명히 신경은 쓰이지만 나는 선수보다는 그 팀을 우선으로 본다. 팀에 대한 대응책이 우선이다"며 "개인적으로 청소년대표 시절 이근호를 가르쳐 봤다. 그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고 기선을 제압했다. K리그 역사상 처음 시행되는 승강 플레이오프다. 김 감독은 강원과 상주의 승부를 떠나 이번 플레이오프가 한국 프로축구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희망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에 비해 프로축구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진다"며 "승강제 원년인 올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의 관심이다. 선수·감독·구단·연맹·언론 등이 힘을 모아 프로축구 발전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잔칫집에는 손님이 많아야 한다. 이번 플레이오프가 프로축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