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소호거리는 정육점이 즐비하던 버려진 거리였다. 여기에 전세계의 미술인들이 싼 임대료를 내고 푸줏간을 개조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미술의 중심지가 됐다.여기에 훈수를 받은 중국은 베이징의 따산즈(大山子)에 소호와 유사한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중국에 세계 미술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중국의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족문화의 본산이라고 일컫는 산시성의 시안은 중국 문화의 핵심이 집약된 곳이다. 과거의 문화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변신을 도모했다. 바로 반파예술지구다. 선사시대 유적이 산재해 있는 반파유적지 인근의 방직공장과 염색공장이 도시가 팽창하면서 외곽으로 이주하자 이곳에 문화지구를 건설한 것이다. 적어도 이 시설은 중국 중원문화의 핵이 될 것이 불 보듯 하다.2010년 11월 6일 개관한 경주예술의 전당은 올해로 3년이 됐다. BTL사업으로 지어진 부담이 있지만 경주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 향수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모름지기 경주는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본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전당이 가진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중국이 문화예술에 기울이는 정책적 노력이 부럽다. 더구나 경주와 자매도시인 시안의 변모는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이 2일 경주를 방문해 강조한 것은 문화융성이다. 문화융성을 선도할 도시로 경주를 지목했지만 인프라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경주에 복합문화공간 하나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현재의 예술의 전당과, 앞으로 개관될 컨벤션 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미시적 안목의 프로그램 찾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용감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굳이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예로 들 이유는 없다. 유구하고 두터운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문화 환경을 바로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주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용기를 가지고 저질러야 한다. 훌륭한 시설이나 시스템에 대한 벤치마킹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경주 예술의 전당은 조형적 가치로 낙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지 오래다. 그러나 지어진 시설물을 하루 아침에 허물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로 나쁜 평가를 극복해야 한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미술관에서는 미술만, 콘서트홀에서는 연주만, 도서관에서는 열람만 한다는 고정관념은 구시대적 사고다. 한 곳에서 원스톱 교육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의 탄생에 대해 본격적으로 접근하자. 이미 세계의 문화도시는 이런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경주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김희동(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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