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에게 '공간 사수'의 특명이 떨어졌다. 한국영은 4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에서 훈련을 앞두고 "감독님의 주문이 올림픽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성용이 형이 공격, 내가 수비를 자주 하는데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상황에 따라 서로의 공간을 메워주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영은 중원사령관 기성용(25·스완지시티)의 짝으로 주전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성용이 공격에서 활로를 찾을 때, 공간을 메운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중책도 맡았다. 수비진과의 유기적인 호흡에 집중하는 까닭이다. 홍명보(45) 감독이 전지훈련을 하면서 유독 한국영에게 많은 주문을 하고 질책을 자주 하는 이유도 전술상 역할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국영은 "좌측이나 우측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반대쪽에 공간을 내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포지션을 잡는 걸 강조한다"고 했다. 이어 "수비 라인과 맞닿아 있어 무리해서 공을 빼앗으려고 하면 자칫 한 번에 (골을) 먹을 수도 있다. 지연할 때와 적극적으로 나가야 할 때를 지적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국영은 수비 때, 허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상대에게 쉽게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위기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한국영은 최종엔트리 23명 중에 투쟁심이 가장 강한 선수로 꼽힌다. 포지션의 특성이 잘 반영됐다. 가끔 무리한 반칙으로 코치진을 긴장하게 하는 면도 있다. 태클을 즐기는 한국영은 "상대의 볼 터치가 길어질 때를 보고 있다가 노린다. 과감하게 들어가려고 한다"면서도 "자칫 뚫리면 위험한 장면이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은 전날 전술 훈련 중에 김보경(25·카디프시티)의 공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다가 홍 감독의 불호령을 들어야 했다. 세트피스에서도 공간을 지켜야 한다. 공간을 사수해 상대의 편안한 공격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그는 "특정 선수는 아니지만 상대에게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맨투맨 포지션을 확실히 잡는 식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선 첫 상대인 러시아의 강점이 역습과 세트피스인 만큼 한국영의 임무 수행이 성패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영은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해 대선배 김남일(37·전북)과 함께 거론되곤 한다. 저돌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선 "지난해 지역 예선에서 (김)남일이 형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며 "쓸데없이 체력 소비가 많게 뛰는 경향이 있는데 미리 차단하거나, 볼을 빼앗는 것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누구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나만의 색깔이 있다"며 "단점을 보완하고 팀을 위해서 헌신하고 싶다. 중원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격과 관련해선 "공격적인 면도 의식을 하지만 내 임무가 그것만은 아니다. 내 역할에 충실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공격적인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우(25·광저우 R&F)와의 주전 경쟁에 대해선 "룸메이트인데 경쟁보다는 한 마음으로 한 가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운동장에서는 경쟁해야 하지만 크게 의식하고 싶진 않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한국영은 지난 6월5일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9경기를 뛰었다. 공교롭게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다. 2012런던올림픽 때, 주전으로 꼽혔다가 대회 직전에 영국 현지에서 왼쪽 발등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아픈 경험이 있는 한국영이기에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각오가 유독 단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