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삼성 라이온즈의 2015년 시무식은 봉평장의 '환골탈태' 사례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삼성은 12일 오전 경북 경산볼파크에서 2015년 시무식을 갖고 2015년에 통합 5연패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대표이사와 단장, 주장의 신년사로 이어지는 다른 구단의 시무식과 삼성의 시무식은 사뭇 달랐다. 삼성의 시무식은 홍준학 마케팅팀장의 '봉평시장 환골탈태 연구' 발표가 첫 순서였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강원도 평창의 봉평장은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활기를 되찾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시작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가 뒷받침이 되면서 변화됐고, 시장을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다. 기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봤을 때 봉평시장의 문제는 '3不(불)'이었다. 불신과 불편, 불결이 그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기 위해 현대카드는 1년6개월 동안 기획 및 실천기간, 상인회 및 군청 미팅, 현장탐방 등을 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시설을 현대화해 불편함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상품을 믿을 수 있도록 봉평장 전용 로고, 원산지·가격을 제공하고, 봉평장만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이용해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시장을 만들었다. 현대카드는 30~40년 동안 장사한 이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자 워크숍을 열고 끊임없이 설득해 변화를 유도했다. 삼성의 발표에 따르면 봉평장이 변화한 후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고, 손님도 두 배 정도 늘었다. 결국 봉평장이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해도 안된다'던 상인들의 생각이 '하니까 되더라'로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삼성이 봉평장의 사례를 돌아본 것은 결국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해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4년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선 것은 삼성이 최초이고 한국시리즈 4연패는 해태 타이거즈(1986년~1989년) 이후 두 번째다. 통합 4연패를 달성해 '내년(2015시즌)에도 똑같이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할 것을 우려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홍 팀장은 발표를 통해 "프로야구에 있는 우리들에게 봉평장이 대입이 잘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4연패를 이룬 것이 우리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야 한다. 4연패라는 결과에 감춰진 우리가 바뀌어야할 과정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결과에 도취돼 4연패라는 영광을 손상시키지 않을까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4연패라는 결과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면 정상의 자리에서 변화와 혁신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본인의 자리에서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서도 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 혁신을 해야 우리가 이룬 4연패가 더 그레이트한 업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또 다시 5연패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변화하고 혁신할 시간을 놓치는 것은 아닐지 봉평장 사례를 보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 사장의 신년사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일맥상통했다. 김 사장은 "시무식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구단의 운영 방향과 추구하는 목표를 다같이 공유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시무식에서 구단의 운영 방향, 목표만 공유해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봉평시장의 환골탈태를 소개했다. 가장 변하기 어려운 곳이 전통 재래시장인데 변화를 이뤘다"고 봉평장을 내건 이유를 밝혔다. 올해 삼성의 슬로건인 'Together, Good to Great(투게더, 굿 투 그레이트)!'를 언급한 김 사장은 "좋은 팀, 잘하는 팀, 강한 팀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최강의 팀, 최고의 팀, 팬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위대한 팀, 명문구단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올해의 슬로건이고 캐치프레이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통합 5연패를 달성하고 명문구단으로 나아가려면 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면서 "해왔던 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착각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자만심"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봉평장의 사례는 우리에게 그대로 해왔던 대로 해나가자는 생각을 바꿔보자는 교훈을 준다. 이대로 있으면 맹추격하는 9개 구단에게 바로 잡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떻게 변화해야할까'에 대해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김 사장은 '+10% 캠페인'을 제안했다. 김 사장은 "타율 0.270을 기록했는데 10%를 더하면 3할이 된다. 안타 100개를 쳤는데 10% 더하면 안타 110개가 된다. 훈련을 5시간씩 했다면 30분을 더 해보자. 실책의 경우에는 10% 덜해보자고 생각하자"며 "10% 더하기 운동을 하면 우리가 염원하는 5연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10% 더하기, 덜하기 운동을 벌려서 한국프로야구 역사, 전 국민이 기대하는 새 역사를 한 번 만들어보자. 새 역사 창조의 주역이 되자"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