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시장의 설익은 대책이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며 구설수를 낳고 있다.
김범일 시장은 지난 9일 오후 2시 대구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관련해 "지방 공기업인 대구도시공사가 지역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최근 급증하는 미분양 아파트 분량이 지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택공사가 전국 미분양 아파트 분량을 일부 매입하는 정책을 대구시도 도입을 검토 예정"이라고 참석한 기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간담회를 마치고 이미 몇 언론사에는 속보로 뉴스가 나온 가운데 뉴시스가 추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구시 담당부서 몇 곳과 대구도시공사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해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한 관계자는 "그런 논의는 전혀 한 적 없다. 도대체 어디서 들은 얘기냐"라고 되묻기조차 했다.
이후 한 관계자는 오후 7시가 다된 시간에 뉴시스에 전화해 "착각했다. 상부에서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었다"면서 "대구도시공사가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방안을 대구시 차원에서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모든 시정 추진은 관계기관 및 관련부서 담당자들과의 사전에 충분한 협의와 검토 후에 이루어진다고 볼 때 김 시장의 발언은 인기영합적 임기응변식 발언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특히 이같은 혼선은 대구시 정책과정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우려스럽다.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고 신뢰성이 뒷받침 되지 않는 설익은 경제정책은 경제회복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갖가지 경제 회생책을 써도 시장의 냉담한 반응으로 주가 폭락과 환율폭등이 계속되는 것은 외부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현 정부 경제 수장들의 신뢰성 떨어지는 정책으로 인한 불신의 결과라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물론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2만2000여 채에 이른다는 공식 통계가 보여주듯 김 시장이 대구 경제회생의 큰 걸림돌이 되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의 어려움을 이겨나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정 최고 책임자가 아이디어 수준의 대책을 협의나 충분한 검토도 없이 공식화 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군다나 한마디 한마디가 250만 대구시민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말과 행보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볼 때 사려 깊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모은 뒤 공식 시스템을 가동해 단계별로 각종 정책을 집행할 때 시민들로부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설익은 밥은 생쌀보다 먹기가 못하다는 말을 대구시 최종 정책 결정권자들은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