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논평원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나아갈 경우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측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노동신문이 이명박 정부에게 비난의 포문을 연 지난 4월1일 이후 7개월여만의 일이다.
북한은 지난 3월 말 남북경협사무소 당국 직원 추방, 서해상 단거리 미사일 발사, 외무성 담화 발표 등 잇따른 대남공세에 이어 4월1일 노동신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당시 신문은 '남조선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 뿐이다'는 제하의 논평에서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 "극히 황당무계하고 주제넘은 넋두리"라고 비난하는 한편 "핵포기 우선론을 내걸었다가 수치스러운 참패를 당한 미국 상전과 선행정권의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우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인 동시에 동족 사이에 적대감과 불신을 고취하고 북남관계를 대결로 몰아가기 위한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출범 이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북한은 남북경협사무소 직원 추방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하나하나 짚으며 비난의 수위를 높여갔다.
북한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 발언을 문제 삼고 이명박 정부를 '역도', '패거리' 등으로 지칭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으며 ▲인권 문제 거론 ▲비핵·개방·3000 구상 등 선(先)비핵화 ▲군사력 증대 ▲한·미 동맹 강화 ▲한·일 신시대 미래 비전 등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등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의 이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남북간 모든 합의의 정신의 존중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행 의무를 빠져나가고 내외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의 이같은 비난은 남측이 겉으로는 '상생·공영 대북정책'을 표방한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미 군사 훈련을 계속하고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 두 선언에 따라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이명박 정부는 북측과 달리 두 선언에 강조점을 두지않는 등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비핵·개방·3000구상을 대북정책으로 내세웠지만 북한이 이를 선비핵화 정책으로 체제를 전복하려는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을 소폭 수정해 왔다.
정부는 대북정책에 '상생·공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초 대선공약이었던 '비핵·개방·3000 구상'은 경제협력 수단의 하나라고 수정했으며,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이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뿐만 아니라 모든 남북간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남북간 모든 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 이 두 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일부 입장 변화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가장 중시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모든 남북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전제로 대화 의지를 밝히는 한편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있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유지하는 점 등이 북측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했고 이로 인한 북측의 반발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또 현 정부 이후 처음으로 북측이 대화를 제의해 지난 2일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은 전단 살포가 남북간 합의 위반이라며 이같은 행위가 계속될 경우 개성관광, 군사분계선을 통한 통행, 개성 및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인원 추방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남북간 합의를 성실히 이행·준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민간단체에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했지만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민간단체가 노동당 창당일인 지난 10일 살포를 강행함에 따라 북측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어리석은 망상을 추구하는 자들과는 끝까지 결판을 볼 것이다'라는 제하의 이번 논평원 글에서 "비핵·개방·3000 대북정책에 상생, 공영 보자기를 씌워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북의 대남전략의 산물로 터무니없이 헐뜯으며 그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안법, 역사교과서 주적론 부활, 미국과 연대한 북침전쟁연습, 금강산 사건, 여간첩사건,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부정 등을 지적하며 이것들이 '반통일 대결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상생·공영 대북정책'과 북한이 이날 지적한 "속에 칼을 품고 입에 꿀 발린 소리"라는 강력한 비난 등 남북간 현격한 입장 차이와 함께 최근 북측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북 전단 살포가 단행됐던 점 등이 북한이 '남북관계를 포함한 중대결단'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표명하게 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