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재배 농가의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급해온 쌀소득보전직불금이 비경작인에게 지급돼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저마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선 행정부 및 공공기관 임직원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쌀직불금 수령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10월 말까지 부당 수령 여부를 확인한 뒤 전액 환수 또는 해당자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를 취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국회의원 전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에까지 전수조사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아울러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보완 작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농수산식품부는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업인'에게만 쌀직불금을 주고, 부당 수령자에게 직불금의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승수 국무총리는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직불금의 2배까지 과징금을 물게 하는 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제4정조위원장은 "과징금을 몇 % 부과해야 한다는 것은 국회 협의 과정에서 정리될 기술적인 문제"라며 "직불금 부당 수령자에게 최소한 30%이상, 많게는 200%이상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수령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게 중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주에도 크고 작은 당정회의를 통해 쌀소득 법률 개정안 보완 대책을 논의했다"며 "대책이 하루 이틀만에 마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총리가 발표한 대책을 골자로, 필요한게 있다면 추가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쌀 직불금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수령자의 탈법 여부를 밝히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창조 모임 등 3개 교섭단체는 20일 원내대표회담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쌀직불금 불법 수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개 교섭단체는 오는 22일 원내대표 회담을 속개해 쌀직불금 불법수령자 명단의 공개 시한과 국정조사 후속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우선 국정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지 판단한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결과와 당의 의견수렴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농경지 상한제나 소득상한제 모두 찬반 논리가 있어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나라당이 한국 정서상 가족이라면 직불금을 대신 받아도 되는 것 처럼 주장하는데 그렇게 되면 구체적이어야 할 법의 기준이 모호해진다"며 "본인 외에는 다른 사람이 직불금을 수령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시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쌀 소득 직불금법 개정안'을 곧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쌀직불금 지급 대상을 '거주지와 농지의 행정구역이 같은 관내 경작자'로 한정하고 직불금 부당수령자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노당은 이밖에 자체적으로 당 홈페이지를 통해 쌀 직불금을 땅 주인이 부당 수령하거나 땅 주인이 쌀 직불금 금액만큼 부당하게 임차료를 올려받은 경우 등 피해 사례 신고를 받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분석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헌법이 소작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만 임차농이 60%가 넘는 상황이어서 실질적으로는 헌법과 달리 운영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점들을 포함, 전반적으로 불합리한 점들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