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여야간 후속 협상 타결로 11월10일부터 12월5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국조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쌀 직불금 국조 자체가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한 '정부 보증동의안' 국회 처리와 함께 이뤄진 '일괄 타결'의 결과로 이뤄진 산물이라는 정치적 배경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여야간 힘겨루기는 국조 기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창조의모임 권선택 원내대표 등 국회 3개 교섭단체 대표들은 22일 구체적인 국조 협상을 타결지었지만 쟁점이 됐던 증인문제 등 부담스러운 부분은 빗겨갔다.
쌀 직불금 파문이 이봉화 보건복지부 전 차관의 부당 수령 의혹에서 시작돼 ▲참여정부 시절 감사원의 감사 실시 ▲청와대 보고 경위와 비공개 지시여부 ▲부정 수급 의혹대상자 자료 폐기 ▲전·현직 고위공직자 부정 수령 등으로 쟁점이 확산되면서 국조의 대상과 범위도 광범위하게 펼쳐진 상태다.
특히 쌀 직불금 문제의 책임을 놓고 현 정부와 참여정부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어 여야간 국정조사 공략 포인트가 첨예하게 갈려있는 상황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시절) 감사원 감사에 대한 청와대 보고 경위와 청와대 은폐 개입 의혹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협상결과를 설명한 뒤,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감사원 보고를 받고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에 관심이 집중된 만큼 특위에서 자연스럽게 검토될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국조)증인으로 채택되면 나도 특위에 들어갈 용의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반해 "여당이 '선 정부조사 후 국정조사' 주장을 하며 명단제출 등 국정조사에 선결 조건에 단서를 달면서 (국조의) 실효성에 어려움을 줬지만 국민 여론으로 합의를 이루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국정조사에서 정부가 자료제출 등을 거부하지 않은 한 충분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대상 범위를 보더라도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실태파악 ▲감사원 감사에 대한 청와대 보고경위 및 조치상황 ▲인수위 및 대통령에 대한 보고 경위 및 조치상황 ▲쌀 직불금 집행과정 및 제도개선 추진 경위 ▲쌀 직불금 정책관련 당사자의 책임소재 규명 ▲불법 수령금 국고환수 추진 등 사실상 직불금 문제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분야를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제기된 쟁점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과 구체적인 책임 규명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정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 기관과 증인 채택 여부가 핵심이기 마련인데 이번 여야 합의에서는 증인 문제를 특위로 넘겼기 때문에, 특위 구성후 증인 채택을 놓고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참여정부 최고 권력자들을 증인 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반면, 민주당에서는 한나라당 직불금 수령 현역의원 3명과 현 정부 인수위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아울러 쌀 직불금 파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11월중순에 진행되는 국정조사 시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쌀 직불금 파문 이슈의 휘발성이 강할 경우 18대 국회 첫 국정조사로 기록된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공방만 진행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고위 공직자 및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불법 수령 의혹자 명단이 실제로 확보될 경우 국정조사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쌀 직불금 불법 수령의혹자 명단 제출과 공개를 계속 주장해온 것도 '연쇄적인 이슈 불붙이기'가 이번 국조에서 필요충분 조건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여야는 "국정조사에 필요한 불법 수령 의혹자 명단 등 자료를 정부가 국정조사 개시 전까지 제출한다"고 규정하고 "명단 공개 기준은 특위에서 결정하되, 정치인, 고위공직자, 공기업 임원, 언론인, 고소득전문직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 명단을 우선 공개한다"고 합의했다.
18대 국회 들어 2번째 국정조사인 쌀소득 보전 직불금 국조가 여러 난제를 뚫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