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7일 최근 실물경제 위기와 관련,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열린 '경제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 유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 정책들이 발표됐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금융혜택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속도인데, 늦게 지원하는 것은 지원이 아니다. '슬로우 헬프, 노 헬프(slow help, no help)'"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어차피 우리는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니 서로 도와야 한다"며 "옛말에도 '동주상구'라는 말이 있는데, 이러한 정신으로 어려운 국난을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일본처럼 수평적 협력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라며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원가절감 비용을 중소기업에 전가하지 않도록, 향후 정부 정책도 수평적 협력관계로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 내 11개 입주업체 대표들도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싸인텔레콤 박영기 대표는 "일본의 엔화 강세로 원자재 구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단가를 유동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말했다.
(주)마이크로젠 이병화 대표는 "우리나라의 유전자 산업의 경우 유전자 기능 연구를 의료기관에서만 하도록 하는 등 규제 일변도"라며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유넷시스템 심종헌 대표는 "현재 기술보증기금은 기업의 미래 가치가 아닌, 실적 위주로 기업을 평가한다"며 "보증을 할 때 기술 위주의 업체에 대한 미래 가치를 분석해 달라"고 건의했다.
(주)넥스젠 이선교 대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국가 연구 및 개발(R&D) 예산의 경우 절대 액수를 따지면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라며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한 자금지원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소규모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분배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은행 창구에서 신속하게 (대출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당국이 사전적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데, 좀 더 속도감을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