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시즌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4일 모두투어를 시작으로 15일 포스코와 에스원, CJ가 발표를 앞두고 있고, 16일에는 신세계, 제일기획, LG디스플레이, 삼성정밀화학이 실적을 공개한다.
그 다음주에는 한국타이어(19일), LG이노텍(21일), LG전자(22일), 현대자동차(22일), 삼성전기(23일), SK텔레콤(23일), KT(23일), 삼성전자(23일), 기아차(23일), LG화학(30일) 순으로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주요 대기업들의 전망치를 날짜가 다가올수록 낮추고 있으며, 투자의견도 부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투자전략팀장은 13일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은 2002년 4분기(적자)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며 "130개 주요 기업의 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28%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컨센서스 역시 부정적"이라며 "어닝시즌을 거치면서 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 이번 어닝 시즌 동안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가 실적우려를 선반영하고 있어 올해 1분기가 바닥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 삼성전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단위 적자전환 예상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분기단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에서는 1000억원~46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분기중 환율의 움직임이 삼성전자의 사업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전반적인 판매 부진과 급락하는 가격에 따른 재고자산 상각액 확대 등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신증권과 KTB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각각 4692억원, 4900억원 기록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동양종금증권은 2210억원 영업손실을 전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32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다봤다.
LIG투자증권도 비슷한 수준인 3584억원 영업손실을 전망했다. 이 증권사 최승훈 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부문은 영업적자 3444억원, LCD 부문은 영업적자 1540억원, 정보통신 부문은 영업흑자 3341억원이 각각 예상된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은 9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비교적 적은 폭의 영업손실을 전망했다.
실적이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는 반면 주가는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TB투자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4분기 실적악화는 실적바닥을 의미한다며 추가적인 주가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주력 부문인 메모리 부진으로 실적부담이 여전하지만 주력부문의 경쟁력은 이번 불황기에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모멘텀이 살아 있지만 이는 현재의 부진한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포스코, 실적 부담 나흘째 약세
포스코 주가는 13일 2.61% 하락출발한 것을 포함해 최근 나흘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최근 부진한 실적전망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포스코는 당초 8일로 예정돼 있던 실적발표를 15일로 연기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업종 대표기업들의 실적발표 연기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후발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김현태 연구원은 "포스코의 4분기 영업이익은 1조 525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4%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 기대치에 다소 미달하는 수치로 4분기는 경기 침체로 인한 감산과 대규모 외환손실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1조5674억원, 대신증권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1조48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한국전력 2조원대 영업손실 전망
한국전력은 정부 보조금 6680억원의 매출에도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단가 상승으로 연료비와 독립 발전회사들로부터의 전력 구입비용이 지난해보다 각각 1조7000억원과 3000억원 늘어난 영향으로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
하나대투증권은 한국전력의 영업적자(통합기준)를 사상 최대 규모인 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대신증권은 1조802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 SK텔레콤, 어닝쇼크는 없을 듯
반면 SK텔레콤은 시가총액 주요 기업중 가장 양호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교보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SK텔레콤에 대해 "어닝쇼크 가능성이 적은 종목 중 하나"라며 "520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49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현대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5253억원, 5361억원으로 전망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원선 연구원도 "통신업종의 경우 지난해에 시행한 마케팅 전략의 결실을 올해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 전망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