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오는 11월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우리 해군을 초청했고, 정부는 참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이 자위대 관함식에 참가한다면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최근 수년간 한일 양국의 관함식이 논란이 된 이유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 때는 당시 야당인 민주당 쪽에서 욱일기를 거론하며 반대했지만 정부는 대조영함을 파견했었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우리 해군의 제주 국제 관함식 때는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국민적 반감이 거세자 양국 정부가 줄다리기하다 결국 일본이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한국 관함식에 욱일기를 단 함정의 참가를 허용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욱일기 문제는 당시의 시대상이나 반일 정서에 영향을 받은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군 관계자도 "해상자위대기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군기로, 최근 하와이에서 펼쳐진 환태평양 훈련(림팩) 등 우리 해군과 일 해상자위대가 모두 참여하는 다자 연합훈련 때에도 당연히 이용됐다"며 "해상자위대기를 이유로 일본 관함식에 불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해군이 왜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수십 년간 공식 군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의 군국주의적 근성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 외교적 관례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어느 정부라도 필요한 일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과 계속 척지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한미일간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상호 의존성 등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는 악화보다는 개선이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가까운 이웃이라도 셈은 정확히 해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 살아서도 안 되지만, 과거사가 갈등의 최전선에 있다면 이 문제를 분명히 해결해야 하는 것도 맞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다. 그런데 일본은 아직 그런 자세를 보일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북핵 위협이나 신냉전 가속화를 이유로 우경화를 향해 질주하면서 우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이런 현실을 묵과한 채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제대로 셈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처럼 국민 눈에 비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국내 정치에 한일 관계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여론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도 적절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여러 현안을 조율할 실질적 대화 채널을 하루속히 복원해 관함식 참가 등 크고 작은 현안들을 양국의 균형적인 상호 이익과 미래 비전 속에 풀어나가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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