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도 보고 싶은 친구, 아끼는 하나뿐인 것을 친구와 나눠 쓰고 싶은 친구, 짐수레에 빈 박스를 가득 싣고 가는 할머니를 도우러 뛰어가는 친구, 비 오는 날 찢어진 우산을 들고 가면서도 즐거운 친구, 이런 친구들이 있는지요?”마치 전쟁터에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은 작품들로 엮은 강순아 작가의 동화 단편집 ‘꼴찌 만세(아동문예)’가 최근 발행됐다. 책의 표제작인 ‘꼴찌 만세'를 비롯, 모두 8편의 주옥같은 동화는 강순아 동화 작가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의 집약에 다름없어 보인다. 이번 책에는 서진 작가가 삽화를 넣어 더욱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며 글 읽는 재미를 보탰다. 이번 동화집 8편 모두 평소 강 작가가 지향하는 ‘곱고 맑은 세상을 꿈꾸는’ 단편들이다.이 동화집에서는 백제 왕궁터에서 곱고 맑은 세상을 꿈꾸며 ‘호숫가의 아이들’로 시작한 작가의 ‘50년 동화쓰기’가 ‘아름다운 경쟁’에서 감명 깊게 마무리되고 있다. “지금은 광속으로 변화하는 최첨단 AI 시대에 요즘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읽힐까요?”라는 우려에도, 그의 동화를 읽으면 때론 빙그레 미소가 벙글어지고, 때론 콧등이 시큰거리는 잔잔한 슬픔과 감동이 교차돼 이입된다. 어느때보다 혼란한 최근의 세상살이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읽어도 좋을 이 동화집은 사라져가는 따스한 가치를 회복시키는 힘을 가진 동시에, 그 온기가 우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사랑'을 지녔다. 그래서 위태롭고 척박한 세상을 살아갈 만한 용기와 희망을 ‘퐁퐁 땅 위에 떨어진 빗방울이 꽃이 되는 세상’처럼 따스하고 환하게 밝히며 전해준다. 또 다양한 세대와 국가는 물론, 하늘과 숲과 강물, 바다를 주인공과 배경으로 등장시키면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끊임없이 제시하면서 지향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끊임없는 전쟁 등 시대적 아픔도 간과하지 않으며 동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 정세 속에서도, 피어나고 구현돼야 할 동심의 세상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동화집에는 ‘몽글이 갖고 싶어’, ‘호숫가의 아이들’, ‘바닷가 모래밭에 나무 십자가 있었네’, ‘꼴찌 만세’, ‘아름다운 경쟁’, ‘킹 찰스 스패니얼’, ‘임마누엘 합창단’, ‘동해 바다에는 그리운 사람이 산다’ 등의 작품들을 실었다. 이 동화집 속 ‘호숫가의 아이들’은 학보사 기자였던 저자가 제민천의 맑은 물빛에 취했던 시절 썼던 작품으로 월간 ‘소년’지에 뽑힌 첫 당선작품이다. ‘꼴찌 만세’도 그 시절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지나온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인 것 같은데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했다. 작품 속 ‘호숫가의 아이들’이나 ‘꼴찌만세’ 에서의 ‘세영이’ 같은 아이들이 그립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호숫가의 아이들처럼 서로 돕는 아이들과 세영이처럼 더디고 모자란 아이에게도 영광된 날은 있기에, 그래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배익천 동화작가는 “강순아 선생은 젊은 날 즐겨 그림을 그렸고 지금도 그림 가득한 공간에서 동화를 쓰기 때문인지 동화를 그림 그리듯 쓴다. 그렇지만 누구나 오랜 날들을 음악처럼, 그림처럼 산 동화작가라고 해서 아름다운 것들, 안타까운 일들에 대해 이렇게 ‘아름다운 평화’를 그려내진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순아 작가는 소년, 조선일보,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생활하면서 독일어 번역 작가, 수필가, 시인, 동화작가를 길러냈으며 소년한국일보, 보건복지부장관, 계몽사, 한국국어어학회, 교육감상 등의 지도 교사상을 수상했다. ‘길고양이 초롱이를 나는 잘 알아’, ‘민지의 비밀’, ‘할아버지의 낡은 벽시계’, ‘일곱 살 세상’ 등을 비롯해 ‘장영실’, ‘안중근’ 등의 위인전과 ‘옹고집전’, ‘신기한 목화씨’ 등의 전래동화를 펴냈다. 경남아동문학상, 울산문학상, 울산아동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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