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스포츠는 힘만 가지고 하는 운동은 아니다. 심신(心身)을 단련한다는 말처럼 스포츠의 바탕은 바른 마음과 몸이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가 단련되는 것처럼 모든 스포츠엔 몸보다 정신이 앞선다. 그래서 모든 스포츠의 감독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구호가 집중이다. 집중은 먼저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다. 정신이 딴 곳에 가 있으면 마음이 흔들리고 육체는 맥없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극기라는 말도 생기게 되고 마음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결단한다. 비록 방석을 깔고 조용한 곳에 앉아서 묵념하듯 정신일도하는 것도 하나의 운동으로 여기는 추세가 되었다. 지금까지 오락으로 여겼던 바둑이 현세에 와서는 스포츠가 되었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바둑은 스포츠로 등장해 우리나라가 석권했다. 이제 스포츠도 육신적인 기교와 정신적인 기교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대국하는 일에 정신일도의 자세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출발 선상에 선 운동선수와 같은 긴장감을 가진다. 그리고 공격하고 수비하는 자세가 긴박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전설에 의하면 바둑은 중국 요나라를 거쳐 삼국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취미와 오락의 순을 넘어 입문하는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바둑에는 정(正)과 사(邪)가 있다. 정도(正道)를 따르면 상달하고 사도(邪道)를 따르면 하달한다. 사도란 과욕을 뜻한다. 바둑에 관한 예찬론도 있다. 바둑은 조화이며 오락문화의 최고봉이다. 그것은 산 병서(兵書)요, 산 수확이요, 산 처세훈이다. 그리고 오락 이상의 귀중한 학문적 가치도 지녀 명기(名棋)는 인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도덕과 통한다. 바둑판은 세계이며 바둑알은 우주의 현상이다. 바둑 두는 법이 대자연의 제법(諸法)이다. 흔히들 바둑을 두면 시간 잘 간다하여 노인네들의 소유물인 줄 알지만 어린 세대들의 두뇌개발에 막중한 비율을 차지한다하여 어린 기사의 수가 불어나고 있다. 바둑 두는 것을 수담(手談)이라 할 만치 철학적인 요소도 깔려 있다. 옛 시조에 “바둑에 침착하여 해 지는 줄 모르다가/청산에 길 늦은 나귀, 바삐 모니 목동이 나더러 이르되 그림 같다 하더라”고 했다. ‘기도오득(棋道五得)’이란 말이 있다. 바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섯가지 즐거움을 말한다. 좋은 벗을 얻고(得好友), 사람과 화목을 얻으며(得人和), 삶의 교훈을 얻으며(得敎訓), 마음의 깨달음(得心悟)을 얻는다. 그리고 바둑은 천수를 누리게 한다(得天壽)는 것이다. 정신적 가르침을 주는 것으로 명심해야 할 열가지 비결 중에 욕심내면 진다. 공격전 자기의 결함을 보라. 적의 완급을 보아 응수하라. 경솔, 졸속하지 마라. 스포츠 작전이다. 손경호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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