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인간을 지배한다. 소년은 원대한 미래의 화려한 꿈을 먹고 살고, 장년은 각박한 현실이 주는 아픔과 괴로움을 참으면서 자식 잘 키우고 화려하고 아름다움 현실을 추구하는 꿈을 위하여 산다. 그리고 노년은 잊을 수 없는 흘러간 세원이 남긴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의 자랑스런 추억을 위해 산다고 한다.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면 제일 먼저 주어지는 것이 세월(시간)이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목표가 바뀌게 된다. 세월은 공평하고 평등하다. 주어진 시간표를 어떻게 작성하고 실천하고 이겨 내느냐에 따라 인간의 모습도 형편도 다르게 나타난다.
어느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사회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주간의 숙제를 제시했다. 20년 뒤에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 아래 어떤 사람으로 변하게 될 것인가를 묻는 것에 마음껏 산문형태로 써서 발표하자는 지시였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 하는 창조적 관념에서 실시한 것이 참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학생 각자 며칠 간 고민하면서 부모님과 상의도 하고 토론도 해서 빚어진 결과여서 비록 천태만상이고 기상천외의 것들이었지만 30대 중반의 세대에 희망과 기대감이 너무 벅찼다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문인의 제1인자는 어네스트 헤밍웨이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인 아버지와 음악 연주자인 어머니 밑에서 생활했으며 부모의 뜻과는 달리 전쟁 종군기자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문인의 길로 나섰다. 1950년대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치 그의 작품은 뛰어났다. ‘무기여 잘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노인과 바다’ 등 역작을 남겼고 아프리카 남미 등을 답사하면서 많은 명작을 남겼다. 필자도 소설의 무대 킬리만자로와 남미의 쿠바에 있는 허밍웨이 박물관 현장을 다녀왔다.
단편 소설 ‘20년 뒤에’라는 작품에서 두 주인공이 20년이 지난 날에 둘은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친한 사이의 두 친구는 출세해 다시 만나기로 굳게 약속하고 각자의 길로 갔다. 20년 뒤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둘은 만났으나 공교롭게도 운명이 바뀌었다. 한 사람은 도둑놈으로 출세했고 또 한 사람은 그런 나쁜 짓을 한 강도범을 잡는 보안관이었다. 전신주 아래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 친구를 보는 순간, 보안관은 고개를 숙였다. 20년만에 만난 친구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을 채울 수는 없었다. 대신 동료를 시켜 현상붙은 사나이를 체포하기는 했지만 너무나 운명이 달랐다.
한 소설의 얘기지만 사람의 장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내 인생은 내 지게에 져야 한다.
손경호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