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문화가 발달한 세상이라 모든 사람들이 지식도 상식도 풍부하다. 정보매체가 흔한 세계라 멀리 있는 지구촌의 구석구석까지의 소식도 안방에 앉아서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리고 IT산업의 발달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쉽게 찾을 수 있고 곧 알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제일 먼저 거론되는 이야기의 주가 정치고, 그 다음이 경제이다. 시사 평론가 못지 않게 여러 방면에 박학다식하다. 그러나 실제로 많이 아는 사람은 입을 다물고 귀만 연다. 신조어로 '아는 바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입은 잘 열지 않는다. '빈 수례가 더 요란하다'는 말처럼 약간의 지식으로 극대화 시키는 경향이 있어 주변이 늘 시끄러워 모두가 말 조심하는 시대가 되었다. 말 많은 사람을 경원하고 입 무거운 사람을 선호한다. 논어에 오직 인자한 자라야 사람을 좋아할 수 있으며 진실로 어진 것에 뜻을 두면 악함이 없다고 했다. 인생은 늘 만남으로 인간관계가 이루어 진다. 이 만남은 삶을 유지 시키는 신경계의 모습이다. 만남에 대한 좋고 싫음이 너무나 분명한 현대인들에게 만남에 대한 경계심도 가지는 편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한다는 것이 내적인 수신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쉽게 드러낸다. 공자께서는 네가지가 없었다고 한다. '사사로운 뜻이 없었고 꼭 하겠다는 욕심이 없었고 또한 고집이 없었고 나라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여기서 언급되는 '4가지 없음'은 바로 사람 간의 만남을 귀하게 만드는 비타민이며 사람을 진실로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행동양식이다. 논어는 사서의 하나로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적은 유교의 경전인데 공자의 제자 지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고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면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그것은 옳지 않다", "고을 사람들이 모두 미원하면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그것은 옳지않다. 고을 사람 중에서 착한 사람이 그를 좋아하고 선하지 못한 자가 그를 미워하는 것만 못하는 것이다" 이의 본뜻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거나 미움을 받는 경우 둘 다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한 자의 편이든 불선한 자의 편이든 자신의 입장을 갖지 못하는 눈치 보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기가 더욱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논어는 관용과 사랑의 마음을 살려 내어 순수한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인류의 고전이다. 사람 좋아하기가 어려운 세대에 깊은 감명과 교훈을 주고 있다. 사람은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싫은 지 좋은 지도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만나는 존재다. 내가 좋아해야 상대방도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면서도. 손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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