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발행인   2천년 사적지에 불고 있는 바람은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라 호국불교의 대가람인 불국사 성타 주지스님이 “어제의 것이 옛것이 되는 급속하게 변하는 지금의 시대에 옛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며,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불줄 아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역사도시 경주는 지금 성타 주지스님의 말씀처럼 옛것에 연연하지 않고 한수원과 양성자가속기가 들어서면서 에너지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미래 경주의 청사진대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바람은 불교성지 토함산과 남산에서 시가지를 거쳐 남천과 형산강을 휘감으며 경주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경주는 신라천년 고도의 역사도시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경주시민들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도의 문화재를 소중히 함과 동시에 그 문화재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가 소중하듯이 현재의 삶도 소중하기 때문에, 소중한 과거로 인해 현재의 삶이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  옛 부터 인심 좋은 경주가 잦은 선거와 방폐장 유치 이후 민심이 갈라졌다. 압도적인 지지로 유치된 방폐장을 두고 지금 후회하는 시민들도 있다. 왜 그럴까? 단체장은 흩어진 민심 봉합이 제일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시민화합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경주시민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항상 화합하고 뜻을 모으는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화백회의 전통과 화랑정신이 아닌가 싶다.  경주는 국가의 크고 작은 일을 만장일치제로 해결하는 화백정신과 신의를 목숨처럼 아끼는 화랑정신 같은 훌륭한 정신적 유산을 이어오고 있기에 시민화합은 시간문제일 뿐 별것 아닌 것 같다.   최양식 경주시장이 취임 초부터 시작한 명사 초청강의는 시민들의 '희망 담론'을 생산하고 있는 효과가 있다. 여기서 담아낸 경주의 미래를 위한 희망담론으로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정도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롭게 정립 돼 가야 한다. 과거에는 시정이 너무 소비관리에만 치중돼 온 게 사실이다. 시민이 살길은 기업유치로 생산적인 투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깨끗한 도시는 시민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변해야 한다. '시민중심 시대'로 사고를 변환해야 한다. 시민은 고객 이상의 존재이다. '시정의 중심'을 '시민 중심'에 둬야 한다. 최 시장이 누누이 강조해온 대목이다.  변화를 일으킨 시장은 지금처럼 36년 동안 중앙에서 공직자 생활을 하면서 관계를 맺은 경제를 이해하는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경주발전을 위해 원군으로 참여할 때 경주의 변화바람은 성공을 거둘 것이다.   경주는 경주인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지키고 가꿔나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도시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경주를 바라보는 기본인식이 중요하다. 경주는 문화재의 보전과 전시의 공간이자, 30만 시민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시민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재 정책은 있을 수 없다. 문화재가 시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어쨌든 경쟁력 있는 도시, 문화가 살아 움직이고 머무르고 싶은 명품도시, 에너지도시를 건설하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변화의 바람은 시민들의 절대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2천년 만에 찾아온 변화의 바람이 미풍에 그치지 않고 경주를 발전시킬 획기적인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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