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우(편집부국장)
성균관 산하 별도법인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하 수련원)이 지난 4일 자로 영주시에 '삼판서 고택 위·수탁 협약' 해지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양측은 지난 2011년 12월 7일 협약식을 체결했었다. 위·수탁 협약 기간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내년 말까지다.수련원 측의 이번 조기 협약 해지 통보가 알려지면서, 개관 당시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지적됐던 '삼판서 고택'에 대한 영주시의 꼼수행정이 또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삼판서 고택'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세 분의 판서가 연이어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조선 개국공신인 삼봉 정도전(鄭道傳)의 생가로 많은 학자와 명신(名臣)을 배출했고 경향 각지 선비들의 교류로 명성이 높았다.이런 유서 깊은 삼판서 고택을 영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난 2008년 10월 현재의 구학 공원에다 중건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개방조차 하기 힘든 문제점이 도출됐으며 관리 방안을 두고 발생하는 끝없는 말썽과 잡음이 일어 영주시는 삼판서 고택 문에 빗장을 걸어두고 있었다.삼판서 고택 중건 이후부터 지난해 6월 16일 개관식까지 민간위탁 업체가 나서지 않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러한 관계로 민간수탁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영주시가 직접 관리해 왔으며 관리 소홀에 따른 문제점이 연일 지적됐다.삼판서 고택에는 냉난방 시설과 샤워시설이 없어 숙박체험이 불가능했고 외부 행사를 유치하는 마이스(MICE) 사업은 협소한 내부공간으로 인해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건축 구조였다는 것이다. 또 적지 않은 운영비까지 투입되는 문제로 지난 2011년 민간위탁 공모 당시 단 한곳도 응모하지 않았다. 삼판서 고택 관리 문제로 난관에 부딪친 영주시는 궁여지책으로 시설 개보수를 전제로 수련원에 손을 내밀었다. 수련원 측은 영주시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영주시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시설보수를 하거나 개선한 사실이 없다. 이유인 즉 영주시의회의 예산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한편, 이런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일부 시민과 특정 모언론은 수련원 측에 삼판서 고택을 개방·활용하라는 일방적 공격과 시설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을 지금까지 막무가내로 퍼붓고 있다.삼판서 고택에서는 수련원 자체 프로그램과 선비아카데미, 고택 음악회 등 각종 내·외부 행사가 지속적으로 개최됐다. 수련원은 삼판서 고택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소 단체에 왕복 버스를 제공하면서까지 교육프로그램, 전시, 공연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또한 관리비로 매달 많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다.이번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의 '삼판서 고택 관리 계약해지' 통보는 영주시에서 지난 2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계약해지 통보에 대하여 수련원측이 운영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데 필요한 행정상 사전 절차인 것으로 알려졌다.주민 K씨는 "영주시는 은근슬쩍 남에게 떠넘겼던 골치 아픈 애물단지 하나를 고스란히 그대로 다시 돌려받았다"며 "도무지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이런 행위는 전시행정에 눈이 멀어 일은 저질러 놓았지만, 장기간 수습할 수 없게 되자 타 기관을 방패막이로 끌어들인 민선 지자체의 어이없는 꼼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선비의 본향이라는 영주시가 중요한 하드웨어 하나를 관리하는 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보일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