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32·미국·세계랭킹 1위)가 빅토리아 아자렌카(24·벨라루스·세계랭킹 2위)를 꺾고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윌리엄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자렌카를 2-1(7-5 6<5>-7 6-1)로 제압했다. 지난해 결승전(2-1 윌리엄스 승)에서도 아자렌카와 맞붙었던 윌리엄스는 '재대결'에서 또다시 승리를 챙기며 대회 2연패를 기록했다. 윌리엄스의 US오픈 연패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윌리엄스는 US오픈 통산 5번째 우승의 영예와 함께 역대 테니스대회 최고 상금인 260만 달러(약 28억원)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종전 최고 상금 대회는 윔블던(약 250만 달러)이었다. 1981년 9월 26일생인 윌리엄스는 US오픈 역대 최고령 여자 우승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1973년 우승한 마거릿 코트(호주·당시 31세 55일)가 지니고 있었다. 또 지난 1999년 US오픈 첫 우승을 기록한 윌리엄스는 무려 14년에 걸쳐 5번이나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윌리엄스는 통산 17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게 됐다.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재 1위는 슈테피 그라프(44·독일·22회)다. 1년 만에 설욕을 노려봤던 아자렌카는 또다시 윌리엄스의 벽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호주오픈에서만 두 차례(2012·2013년) 정상에 올랐던 아자렌카는 이번에도 US오픈 제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만약 아자렌카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면 마르티나 힝기스(33·스위스) 이후 16년 만에 한 해 호주오픈과 US오픈을 동시에 석권하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윌리엄스에게 돌아갔다. 1세트 초반 분위기는 아자렌카가 주도했다. 올 시즌 윌리엄스와의 상대 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서고 있던 아자렌카는 실수 없이 제 기량을 뽐내며 윌리엄스를 요리했다.반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윌리엄스는 힘 조절에 실패해 연달아 범실을 저질렀다. 6번째 게임에서는 공이 3번 연속 네트에 걸리며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기도 했다. 마인드 컨트롤에 나선 윌리엄스는 1세트 중반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게임스코어 4-5로 뒤지고 있던 10번째 게임에서 3번이나 이어진 듀스 접전 끝에 승리를 챙긴 윌리엄스는 완벽하게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후 잇달아 2게임을 따내며 1세트를 마무리지었다. 윌리엄스는 2세트 들어 자신의 장기인 강한 서브와 스트로크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세가 꺾인 아자렌카를 상대로 연속 2게임을 챙기며 조금씩 승기를 굳혀갔다.하지만 아자렌카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게임스코어 1-4까지 뒤져있던 그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6-6 타이브레이크를 만들었다.윌리엄스는 흔들렸다. 한동안 잠잠했던 범실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6-7로 2세트를 빼앗겼다. 화가 난 윌리엄스는 세트가 끝난 뒤 라켓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한바탕 화풀이한 효과가 있었을까. 윌리엄스는 3세트 들어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역전을 노려봤던 아자렌카는 윌리엄스의 파상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반격도 해보지 못했다. 게임스코어 5-1로 크게 앞서 있던 윌리엄스는 아자렌카의 범실로 마지막 점수를 챙겼고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며 우승을 자축했다. 경기 막판 힘없이 무너진 아자렌카는 끝내 눈물을 터뜨리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는 '노장 듀오' 레안더 파에스(40·인도)-라덱 스테파넥(35·체코) 조가 알렉산더 페야(33·오스트리아)-브루노 소아레스(31·브라질) 조를 2-0(6-1 6-3)으로 완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결승에서 미국의 쌍둥이 형제 보브 브라이언-마이크 브라이언(이상 35) 조에 0-2로 져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파에스-스테파넥 조는 2년 만에 정상 등극의 기쁨을 누렸다. 파에스는 지난 2006년(당시 마틴 뎀과 한 조)과 2009년(당시 루카스 들루히와 한 조)에 이어 US오픈 복식 3번째 우승을 맛봤고 스테파넥은 올해 처음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