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발행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원전비리수사가 많은 상처를 남기고 종결될 전망이다. 수사 일단락은 검찰의 원전 비리 수사가 시작된 지 105일 만이다. 원전비리로 43명이 구속되고 54명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97명이 사법처리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원전 수사는 원전 가동에 핵심 부품을 납품 하면서 납품회사들의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확인 되면서 일파만파가 됐다. 납품 비리 수사 과정에서 인사 청탁과 뇌물 수수 혐의가 속속 드러나 원전이 비리백화점이란 낙인이 찍혔다.이번 수사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원전 마피아’들이 철옹성 같은 기득권을 유지하며 각종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던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수사를 지휘한 김기동 부산지검 동부지청장과 원전비리 수사팀들은 대어를 낚아 고무된 분위기인 반면 한수원은 사상 처음 있는 사태에 사기가 크게 위축돼 있다.사건 확대는 특수통으로 알려진 김 지청장이 원전비리 수사단장을 맡을 때부터 예견 됐던 일이지만 전국 7개 검찰청이 참여해 동시에 진행될 줄은 예측 못했다.거기다 박영준(53.구속 중) 지식경제부 전 2차관이 원전 비리에 연루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박차관의 완강한 부인에도 기소 돼 한수원비리가 일파만파로 확산 되었다. 검찰이 밝힌 박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시절이다.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 브로커에 청탁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브로커는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 처리 설비 공급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박 차관에게 5천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박 차관이 사실 무근임을 주장하고 있어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 같다. 원전 비리가 검찰수사에서 납품업체, 검증업체, 승인기관, 발주기관이 연결된 구조적 비리임에 밝혀내면서 수사에 개가를 올린 것이다. 과연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한수원을 비롯한 원전관련 기관의 전 현직 임직원 22명이 기소될 정도로 복마전(伏魔殿)이었을까?검찰은 아직도 밝혀내 못한 비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의 추가 금품수수 혐의와 한국정수공업에 대한 정책자금 642억 원 특혜지원 의혹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이는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한수원이 거센 파도에서 좌초 위기를 맞은 이후 정신적 공항상태에 있는 직원들은 한수원 이란 조직이 정체성을 잃었다며 억울해 한다.   직원들은 우리 사회가 원자력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중대한 시점에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원자력이 위험한 에너지이긴 하지만 우리의 과학 기술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충분하다. 기술적 경쟁력뿐 아니라 도덕적 경쟁력까지 세계 최고수준인 한수원이 옛 명성을 되찾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다.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지 않는가.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공석중인 사장의 임명마저 미루고 있어 원성을 듣고 있다.우리가 한수원이 미워서 원자력 에너지를 버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밉다고 자식을 버릴 수 없듯이 마녀사냥 식 매질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원전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어쨌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 온 직원들은 원자력 산업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돌팔매를 맞았다. 이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격려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태어 난 한수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