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에 그쳤던 양희영(24·KB금융그룹)이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맛봤다.양희영은 20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파72·6364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총상금 190만 달러) 3라운드 최종일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공동 3위로 최종일 문을 연 양희영은 이날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적어낸 양희영은 서희경(27·스포티즌)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18번홀에서 계속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양희영은 파에 그친 서희경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2006년 프로로 전향해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 한 양희영은 그동안 준우승만 4차례 차지하며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주저 앉았지만 데뷔 5년 만에 첫 우승을 일궈냈다.유럽피언투어(LET)를 병행하고 있는 양희영은 LET에서 3승을 거뒀지만 유독 LPGA투어 우승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5년 만의 긴 기다림을 깨고 첫 우승을 일구며 신데렐라 탄생을 알렸다.2011년과 2012년 두 해 연속 한국인 우승을 놓쳤던 이번 대회였지만 양희영이 우승컵을 찾아오며 한국인 우승 행진을 이을 발판을 마련했다. 2002년 박세리(36·KDB금융그룹) 초대 우승자를 시작으로 이 대회 8번째 한국인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이로써 올해 LPGA투어에서 쌓은 한국(계) 우승은 11승으로 늘었다.6승을 거둔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비롯해 신지애(25·미래에셋), 이일희(25·볼빅),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경)가 각각 1승씩을 거둔 데 이어 양희영이 11번째 한국(계) 우승자가 됐다.양희영의 생애 첫 우승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공동 3위로 출발한 양희영은 8번홀 버디로 전반라운드에만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분발이 필요한 후반홀 들어서 오히려 11번홀에서 1타를 까먹으며 뒷걸음질 쳤다.양희영이 힘을 내지 못하는 사이 서희경과 김세영(20·미래에셋)이 엎치락뒷치락 선두 경쟁을 벌였다. 양희영은 우승권 밖에서 기회를 엿봐야만 했다.12~14번홀까지 파로 막은 양희영은 15번홀(파4)에서의 이글로 한 가닥 남은 우승의 불씨를 살렸다. 그린 끝에서 퍼터로 굴린 두 번째 샷이 4~5m를 흘러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선두를 달리던 서희경이 18번홀 버디와 함께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경기를 마친 상태에서 1타 뒤졌던 양희영 역시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떨궈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연장전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먼저 티 박스에 선 양희영은 티샷을 러프에 빠뜨렸고 두 번째 샷마저 러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눈앞에 워터해저드를 두고 공격적으로 시도한 세 번째 샷을 아슬아슬하게 그린에 올렸다.하지만 홀컵까지 4~5m 떨어진 거리에서 시도한 네 번째 샷을 홀컵에 넣으며 버디를 기록했다.반면 3년 만에 LPGA투어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서희경은 연장 접전 끝에 고개를 숙였다.연장 첫 번째 홀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이 거리감 조절에 실패해 깃대 밖 10m 부근에 떨궜고 회심의 버디 퍼트마저 홀컵 왼쪽을 살짝 벗어나 파에 그쳤다.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위 랭커 12명의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은 김세영(20·미래에셋)은 막판까지 우승을 노렸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2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공동 6위로 최종일을 출발한 김세영은 3타를 줄여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17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김하늘(25·KT)는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 단독 6위로 대회를 마쳤고, 대회 초대 우승자 박세리는 최종합계 4언더파 212타를 쳐, 신지애와 함께 나란히 공동 8위에 랭크됐다.디펜딩 챔피언 수잔 페테르센(32·노르웨이)은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를 기록, 김세영, 미셸 위(24·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랭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