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왕이 등극하기 전 초나라는 오랫동안 내분을 겪었다. 어린 나이에 등극한 장왕은 강력한 왕권을 확보하기에 힘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국정을 내팽개치고 밤낮으로 환락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누구라도 나의 이런 모습에 간언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차없이 처단하겠다”고 말했다.이렇게 3년이 흐르는 동안 조정의 기강이 많이 흐트러지고 반란도 수시로 일어났다. 이를 보다 못한 소종이 죽음을 무릅쓰고 장왕을 찾아갔다.“대왕은 초나라의 군주이십니다. 재위에 오르신지 3년 동안 전혀 국정을 돌보시지 않으셨습니다. 계속 이러시면 나라를 잃게 됩니다.”이 말을 들은 장왕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칼을 빼내 들었다.“그대는 짐의 명령을 잊었는가? 감히 짐을 간섭하고 모욕하다니,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가?”소종이 침착하게 말했다.“소신이 죽으면 충신으로 이름이 남겠지만 대왕은 폭군이 되십니다. 하지만 소신이 죽어 대왕을 깨우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죽겠습니다.”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소종은 장왕에게 목을 내밀었다. 장왕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칼을 던지고 그를 껴안았다.“소 대부, 그대야 말로 짐이 몇 해 동안 찾아온 나라의 기둥이오.”장왕은 때를 기다리며 진정한 인재를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인재를 구하는 것은 이처럼 어렵다. 시험을 통해 인재를 뽑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인재를 제때 발견하거나 놓치기 십상이다. 여러 가지 보완장치를 거치지만 쉽지 않다. 국가고시도 그렇고 기업의 인재채용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인재가 그 조직을 활성화 시키거나 위기에서 건져내기도 한 여러 가지 사례를 볼 때 인재 채용의 중요성은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이런 와중에 현대자동차가 최근 실시한 ‘길거리 캐스팅’은 매우 의미심장한 인재 찾기의 노력으로 여겨진다. 각 언론에서는 이런 현대차의 노력을 두고 ‘파격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관행을 깬 채용방법을 두고 모두들 놀란 눈치였다.공채 시험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현대자동차가 올해 채용에서 공채 시험과는 별도로 ‘길거리 캐스팅’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인사 실험은 국내외에서 찾기 힘든 일이라고 한다. 마치 연예 기획사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무작위로 연예인 지방생을 스카우트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현대차의 한성권 인사실장은 아이디어 회의를 열어 어떻게 하면 틀에 박힌 채용의 틀을 깨고 인재를 뽑을 수 있을지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인사실 직원들은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제시했다. 그 후 인사실 직원들은 새벽 5시쯤 273번 시내버스 첫차를 탔다. 이 버스는 신촌·안암동 등을 돌며 서울 시내 주요 대학만 20여개를 거쳐 가는 대표적인 대학가 노선이다.직원들은 이 차를 타는 젊은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든지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아무튼 자신의 젊은 날을 헛되지 않게 보내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직원들은 이 방법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봉사하는 학생, 웨딩홀서빙·물류센터·커피숍 아르바이트생 등을 만났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눈여겨보고 있다가 이들에게 말을 걸고 그 자리에서 “현대차 입사에 관심이 없느냐”고 제의했다. 물론 그 전에 다양한 인터뷰를 거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는 젊은날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었다.시내버스뿐 아니다. 도서관·학원·서점·동아리 등 젊은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현대차 인사실 직원들은 어김없이 찾아갔다. 이런 방법으로 현대차는 1단계 합격자 100명을 선발했고 11월 말에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현대차는 왜 이런 실험을 했을까? 목적은 인성 채용이다. 모집→서류전형→인적성시험→면접→선발이라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인재를 뽑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인성을 보는 데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시간도 안 되는 면접시간으로 그 인격을 바라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학벌, 성적 위주의 인재선발의 한계가 결국 대기업, 혹은 관료의 무능과 부정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현대차의 실험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조직이든 인재를 뽑는 것은 그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쉬운 잣대로 평가하는 방식을 버리고 다면적 접근을 통한 인재 선발로 조직의 활기를 불어넣고 도덕성을 구축하는 길이 열릴 것인가. 본받을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