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이영표(36·밴쿠버 화이트캡스)가 13년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고별전에서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이영표는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래피즈와의 2013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최종전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 92분을 소화한 이영표는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며 3-0 완승을 견인했다. 후반 46분 에릭 우르타도와 교체 아웃됐다. 지난 23일 은퇴를 공식 발표한 이영표를 위해 밴쿠버는 특별한 고별전을 준비했다. 이날 경기 입장권에 이영표의 얼굴을 삽입했고 홈페이지에도 그를 구단 대표로 내걸었다. 최종전 주장도 이영표에게 맡겼다.이영표는 이하엘(9)·이나엘(5) 두 딸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관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이영표는 손을 높이 들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관중석 한쪽에서는 이영표를 응원하기 위한 대형 태극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노장의 경기력은 눈부셨다. 최종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인 이영표는 공·수를 넘나들며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이영표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분위기가 살아난 밴쿠버는 파상공세를 퍼부었고 기어이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전반 44분 상대 수비수 마벨 윈으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 냈고 밴쿠버의 공격수 카밀로 산베조가 키커로 나서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카밀로는 골망을 갈랐던 공을 들고 이영표에게 뛰어갔다. 이영표 앞에 멈춰서 무릎을 꿇은 카밀로는 손을 뻗어 공을 선물했다. 떠나는 동료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골 세러모니였다.주변에 있던 동료들도 이용표와 카밀로 주변으로 달려들어 다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그 어느 때보다 끈끈하게 뭉친 밴쿠버는 강했다. 후반에도 공세를 이어갔고 이영표에게 멋진 작별 선물을 선사한 카밀로가 2골을 추가해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3-0까지 점수 차를 벌린 밴쿠버는 후반 추가시간 이영표를 교체하며 고별식을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줬다.팬들은 다시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영표에게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경기는 밴쿠버의 3-0 대승으로 마무리됐고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던 이영표는 다시 한 번 그라운드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동료·코칭스태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이영표는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으며 더 없이 완벽했던 교별전의 끝을 알렸다. 밴쿠버 팬들은 경기가 종료된 뒤 홈페이지를 방문해 "지난 2년 동안 고마웠어요. 이영표!"·"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등의 글을 올리며 이영표와의 이별을 아쉬워 했다. 이영표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세계 축구계의 손꼽히는수비수였다.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안양초·중·고를 거쳐 건국대를 졸업한 이영표는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했다.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을 거치며 A매치 127경기를 소화했다.한일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이영표는 이듬해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입단해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이후 이후 토트넘 핫스퍼(잉글랜드)·도르트문트(독일)·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12월 MLS에 입성했다.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한 이영표는 지난해 총 34경기에 풀타임 출전해 1골 4도움을 기록했다. MLS 올해의 신인상 4위에 올랐다. 축구 행정 분야의 공부를 원했던 이영표는 은퇴와 현역 연장의 기로에서 고민을 하다가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1년 더 현역 생활을 했고 지난 23일 "좋은 팀에서 좋은 사람들과 훌륭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영표는 은퇴 후 밴쿠버에서 축구 행정·마케팅·구단 운영 등을 공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