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발행인 선장 없이 난파선처럼 표류하던 검찰이 새 총장 후보자 내정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고검에 마련된 김진태 새 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가동되기 시작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검란(檢亂)’직후 맡은 총장 직무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위기에 빠진 조직을 살려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혹독한 검증이 남아있긴 하지만 관문 통과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는 이창재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이 준비단장이 돼 준비단을 꾸리고 기획총괄·신상·홍보 파트로 나눠 본격 준비에 착수했다. 김 후보자도 매일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 하고 있다. 청문회는 국회가 열리는 11월 중순에 있을 예정이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관문 통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 핵심 의혹은 부동산과 병역 문제다. 연고가 없는 전남 여수와 광양에 땅을 구입한 경위다. 투기지역은 아닌 것 같아 문제될 것 없지만 야당의 공세를 받아넘겨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논란이 예상되는 병역문제도 그렇다. 김 후보자는 1976년 단기사병으로 입대해 13개월 만에 만기 전역했고 아들은 사구체신 염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준비단이 확인한 결과 건강문제로 판정받은 증빙서류가 명백하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김기춘 비서실장의 측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총장 취임 이후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외압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핵심 타 킷은 서울중앙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다. 이를 둘러싸고 검찰 내‘항명(抗命)’사태가 빚어지기까지 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 수사와 효성그룹·동양그룹 등 대기업 수사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하지만 김진태 후보자는 총장에 취임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지휘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흑백이 가려질 것 같다. 김 후보자는 정부조직법상 공직후보자 신분으로는 청문회 관련 사항 외에 검찰 현안을 보고받을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청와대는 비판 받고 있는 지역 편중 문제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와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각각 경남 사천, 경남 마산 출신이긴 하지만 능력과 당사자의 수용 여부 등을 고려해 뽑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청와대는 인물들은 많지만 청문회 때문에 모두가 고사하고 있어 고충이 많다. 모두가 청문회가 싫어서다. 김 후보자는 채동욱 전 총장이 혼 외자 파동으로 물러나고 새 총장으로 내정됐지만 임명장을 받기 까지는 청문회라는 험준한 준령을 넘어야 한다. 국민들은 대선과정에 있었던 의혹으로 혼란과 대립이 아직 이어지고 있어 몹시 안타까워한다. 새 총장은 국정원 댓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불거졌던 외압 시비도 말끔히 씻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검찰 역시 그동안 정치나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는 임기제를 지켜야 한다. 임기제가 도입된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총장은 2/3나 된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어쨌든 김 후보자에겐 앞으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치검찰의 오명을 씻고, 오로지 수사로 말하는 검찰이 되길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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