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이영표(36)가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27년 축구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이영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좌절과 약간의 성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시간을 지내왔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안양초·중·고를 거쳐 건국대를 졸업한 이영표는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했다.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이를 발판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알렸다.한일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그는 이듬해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입단했고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쳤고 2011년 12월 MLS에 진출했다.2006년 독일월드컵·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월드컵 본선을 세 차례나 경험했고 A매치도 127경기나 소화한 대표팀 터줏대감이다.이영표는 "27년간 치열하게 그라운드를 달리느라 밖을 둘러볼 수 없었는데 이제야 수고한 사람들이 보인다"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만 받았을 뿐 나는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나 싶다. 어떤 삶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했다.그는 이어 "팬들이 만약 나를 기억해주신다면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혼자 즐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다음은 이영표의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5~6년 전부터 은퇴 준비를 했다. 은퇴를 처음 생각했을 때에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었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은퇴 결정을 했을 때, 나보다 주위 분들이 더 아쉽게 생각했다. 가족들은 많이 아쉬워하지만 아내는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축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한 경기를 딱 꼽기가 어렵다. 다른 경기들에 미안하기 때문에 꼽지 않겠다. 대표팀 경기는 축구라는 것이 단순히 즐거움·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고 설레게 하는지 가르쳐줬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모든 경기가 소중하다."▲다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순간은."2010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일본에 2-0으로 이겼는데 5-0으로 이기지 못한 게 아쉽다. 일본을 상대로 3승4무 정도를 했는데 4무가 너무 아쉽다. 7승하지 못한 게 아쉽다."▲축구선수로 성장한 계기는."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많은 훈련을 하고 내가 성장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일월드컵이 끝나고 에인트호벤에서 보낸 3년은 유럽축구를 이해하고 기술이나 전술을 이해하고 얻을 수 있었다."▲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좋은 축구선수보다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된다면 좋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훨씬 쉽다."▲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많은 분들이 나를 기억해줄까 하는 궁금증은 있지만 기억해주신다면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겼던 선수로 기억했으면 한다. 이영표를 떠올렸을 때, 축구를 모두와 함께 즐겼다고 기억해주신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다."▲홍명보호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 "캐나다에서 대표팀 경기를 챙겨서 봤다.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홍 감독님은 인간적으로는 존경하는 선배이다. 홍 감독님이 생각해 오던 수비 조직력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보면서 한국 축구가 제대로 가고 있고, 올바르게 성장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K리그에서 마지막을 보내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뛰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었고, K리그에서 마무리한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K리그에서 은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을 만나면 K리그에서 은퇴하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 해준다." ▲왜 울지 않나. 또 스스로에게 몇 점을 줄 수 있나. "은퇴를 준비하는 내내 혼자 많이 울었다. 아쉬워서 흘린 눈물은 아니고, 감사해서 흘린 눈물이다. 많이 울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울지 않을 수 있다. 축구선수로 그렇게 훌륭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80점을 주겠다. 나는 축구를 즐겼다. 즐거워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100점을 주고 싶다." ▲은퇴해서 행복한 것은. "매일 찾아오는 육신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기쁘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거기서 오는 고통이 엄청났다. 그동안 인내해왔는데 지금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15일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하나."스위스는 경기 스타일이 한국과 아주 흡사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내일 경기를 통해 우리와 똑같은 마음으로 경기를 임하는 팀에 어떤 방법으로 상대하고, 어떻게 비교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끝난 이후에 우리에게 더 많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한 판이라고 본다." ▲향후 계획은."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당연히 축구에 관한 부분이다. 경기장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더 많이 열심히 할 계획이다. 즐기기 위해,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2~3년은 나의 부족한 부분,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