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장엄한 만년설 아래 자리 잡은 네팔이 울부짖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비극이지만, 최근 네팔을 덮친 대홍수와 대규모 산사태는 단순한 자연의 변덕이나 일시적인 이상 기후가 아니다. 이는 인간이 자초한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개발이 결합하여 터져 나온 거대한 '인..
2019년 8월 18일 아이슬란드 서부 오크 화산 정상에서 학자들과 정계 인사, 시민들이 참석해서 빙하를 위한 장례식을 치르고 그 자리에 아카 빙하 추모비를 설치했습니다. 아이슬란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불(화산)과 얼음(빙하), 게이시르(간헐천)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아무리 애써도 답이 나오지 않는 절벽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앞에서 조용히 물러서고, 누군가는 어떻게든 부딪쳐 판을 깨뜨리곤 하지요. 사주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손님 중 상당수는 만세력에 '백호'나 '괴강'이라는 단어가 찍혀 있는 것을 ..
포항시가 결국 지방채 카드를 꺼내 들었다.포항시는 재정 정상화와 조직개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법정·의무지출 증가와 세입 정체로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필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조직의 유사·중복 기능을 통폐..
늦은 저녁, 오래된 책장을 뒤적이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빛바랜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펜 끝으로 꾹꾹 눌러쓴듯한 오웰의 서늘한 문장들이 가슴속 깊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책장 너머로 흘러나오는 서늘한 바람 속..
신라 왕들중 가장 금슬이 좋았던 왕은 42대 흥덕왕이었다. 흥덕은 역대 왕들과 달리 오직 왕비만 바라 본 것으로 삼국사기는 전하고 있다. 흥덕왕은 826년10월에 즉위하고 두달만인 12월에 왕비인 장화부인이 죽자 사모의 정을 잊지못해 이후 재위 11년동안 혼자 살..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죽음을 숙명처럼 지니고 살기에 우린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 한 발짝씩 다가가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이런 이치가 인간에게만 국한 되랴. 하다못해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지렁이도 생명이 다하면 죽음을 맞게 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문화지리학자 돈 미첼(Don Mitchell)은 문화를 단순한 전통이나 생활양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보았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을 것인가는 결국 문화의 문제이며, 기억은 한 사회의 정체성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아리랑은 한국 문화..
한글과 한국어는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사용되는 말이지만 그 의미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문자이고, 한국어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 문화와 역사를 표현하는 언어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한글과 한국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를 배우..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에 가면 조선 제21대 왕 영조의 맏아들이자 사도세자의 이복형이었던 효장세자(1719~1728)의 무덤인 영릉(永陵)이 있다. 효장세자는 숙종 45년(1719) 영조와 정빈이씨 사이에서 태어나 영조의 장남으로 성장하였고, 1724년 영조가 왕위에 오..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셔야 한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물 마시는 앱을 쓰는 분도 있고, 책상 위에 500밀리리터 생수를 네 병 올려 두고는 오후가 되도록 절반도 못 비웠다며 서둘러 들이켜는 분도 있습니다. 저도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느냐는 ..
문화강국론은 정치 강령이 아니라 신화다. 신화는 원래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언어였다. 왜 태양이 뜨고 지는지, 왜 인간은 죽는지를 이야기 했던 고대인 방식처럼, 문화강국론은 식민과 분단, 독재와 전쟁이라는 설명 불가능한 폭력을 하나의 상징으로 이겨내려 한 시도..
칠곡군의 유일한 응급실이었던 왜관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은 지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응급실 하나의 운영 중단으로 치부하기에는 지역사회가 받아들이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응급의료는 환자 수나 손익계산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군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진보 정부를 선택한 핵심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겨두었을 때 심화되는 자산 양극화를 완화하고,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며, 시장의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라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권 초기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정치..
중요한 발표 자리에서 엉뚱한 말을 내뱉어버렸거나, 늦은 밤 감정에 취해 올린 SNS 글이 다음 날 아침 후회로 돌아온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어지는 순간들 말입니다.명리학에서는 이런 부끄러운 찰나와 묘하..
신라의 화랑제도를 진흥왕대로 보지만 사다함의 활약으로 보면 진흥 이전에 화랑제도가 있었다. 삼국통일 이후 화랑의 가치가 격하되는 것은 토사구팽의 고사처럼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효소왕때 죽지랑 조의 얘기는 화랑의 위상격하를 상징하고 있다. 죽지랑조에는..
경종(1688~1724)은 조선 제20대 왕으로 1688년(숙종 14) 10월 28일 숙종과 장희빈 사이에서 태어난 첫아들이다. 숙종은 오래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나자 매우 기뻐하며 서둘러 원자에 책봉했고 이름은 윤(昀), 자는 휘서(輝瑞)라 하였다. 조정의 대신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로 여행자를 철제 침대에 눕힌 뒤,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자르고 짧으면 몸을 늘여 죽였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국가나 사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은 구성원이 가진 권한(Authority)과 책임(Responsibility..
공공기관 2차 이전의 핵심은 ‘어디에 얼마나 나눠줄 것인가’보다 ‘어디에 모아야 그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는가’에 있다. 지난 14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면 혁신도시로 이전하..
며칠 전, 이번에 낼 스물다섯 번째 시집 원고를 출판사와 해설자에게 보내면서 이 시의 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아리기도 했다. 시집 첫머리의 ‘시인의 말’에 “가듯 말 듯 가는 길을 가기는 간다./마음과 달리 어디 닿을지 모르지만/꿈꾸면서 나..